'=====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5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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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55

[손제민의 특파원 칼럼]미국 고문은 인권 문제가 아닌가 한국 사람들에게 외국이라면 곧 미국이고, 문명의 표준이 곧 미국이던 시절이 있었다. ‘유러피언드림’이니 ‘독일모델’이니 하며 미국 아닌 세상을 진지하게 돌아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미국 연방 상원의회 정보위원회 소속 다수당 의원들이 공개한 전임 정부 시절 중앙정보국(CIA) 고문 보고서를 보며 몇년 전 뉴욕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50대 외교관에게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미국 패권의 쇠퇴가 시작됐다고 확신한 것은 군사적인 면이나 경제적인 면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과거에 하지 않던 짓, 가령 고문 같은 행동을 하고도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면서다.” 기자가 짧은 기간 미국 사회를 관찰하며 든 느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아직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며 앞으로도 한동안 그.. 2014. 12. 17.
[손제민의 특파원칼럼]타인을 의식하기 시작한 북한 지난 9월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도 문제가 많은 나라라는 비판을 수긍하며 퍼거슨이라는 소도시에서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뒤 사회가 분열된 것을 언급했다. 이어진 말은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검증을 환영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자신감은 많은 미국인들이 공유하는 가치이다. 물론 오바마도 흑인 청년의 부모가 막상 유엔 인권이사회에 출석해 아들을 죽인 경찰관이 미국에서 불기소될 경우 유엔이 이 문제를 다뤄달라고 탄원했을 때에는 심사가 복잡했을 것이다. 퍼거슨 사건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다음번 보편적 정례검토(UPR) 미국편 보고서에 포함될 수도 있다. 이렇듯 지구상 어디에도 인권 문제에서 100%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하지만 18일 유엔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 2014. 11. 19.
[손제민의 특파원칼럼]미국은 왜 ‘전작권 재연기’ 요청을 들어줬나 한국군이 아직 북한의 위협에 주도적으로 초동 대응을 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요청을 들어줬다는 박근혜 정부의 설명은 절반의 진실도 보여주지 못한다. 이미 한번 연기해 놓고 또다시 연기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에 애초 부정적 반응이 많았던 미국이 왜 기꺼이 응했는가 하는 물음에 동맹국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배려심 덕분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미국 국내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29일 부임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6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과 나눈 대화가 실마리를 제공해줄지도 모르겠다. 리퍼트는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긴장고조 행위를 어떻게 억지하고 있느냐’는 매케인의 물음에 싱가포르, 호주,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대한 미군 순환배치를 통해 .. 2014. 10. 29.
카지노와 사람을 위한 경제 외지인들과의 대화에 앞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인디언 말로 한참 주문을 외는 그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1년 반 전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애나 푸에블로의 타마야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만난 젊은 부(副)족장 조지프 피나를 만났을 때 든 느낌은 우리에 갇힌 사자 같다는 것이었다. 카지노 얘기를 꺼냈다. 타마야 부족이 1983년 뉴멕시코주와 협정을 맺어 산타아나에 카지노를 만들기로 결정할 때 마을의 의견은 나뉘었다고 했다. 반대한 쪽은 마을 원로들이었다. 당장 수입원은 되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며 외부 문물의 유입 속에 문화를 어떻게 지킬 것이냐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외지에서 교육받고 생활하며 바깥 문물을 맛본 데다, 높은 실업률과 빈곤을 심각하게 여기던 젊은이들은 마을 경제.. 2014. 10. 8.
워싱턴과 한국, 그리고 ‘온전한 시민’ ‘대표 없는 과세(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1969년부터 미국 워싱턴시에 사는 수전 헤이든(63)은 다른 시민들처럼 차량 번호판 아래에 이 문구를 새기고 다닌다. 16일 오후 워싱턴 조지타운의 주택가에 막 주차를 마친 헤이든은 “우리는 다른 미국인들처럼 모든 세금을 내지만 연방 상·하원 의원 투표권은 없다”며 항의 표시로 이 번호판을 달고 다닌다고 했다. 워싱턴시와 인구가 65만명 정도로 비슷한 버몬트주는 상원의원 2명, 하원의원 1명이 있는데 비해 워싱턴 시민들은 연방의회에서 그들을 대표할 상·하원 의원 자리 자체가 없다. ‘그래서 불편한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헤이든은 “낙태허용 법안, 건강보험 개혁법안, 이라크전 파병 관련 결의 등 의회가 처리하는 수많은 법안과.. 2014. 9. 17.
미국, 아직 먼 내부 단결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흑인 시위 취재를 마치고 워싱턴에 돌아온 지 이틀 뒤 전화가 걸려왔다. ‘미주리주 커크우드’라고 표시된 모르는 번호였다. 경찰 총에 맞아 숨진 마이클 브라운의 사망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이었다. 1960년대 흑인운동가 ‘말콤X’를 연상케 하는 외모에 “우리 흑인들 중 이 땅에 자발적으로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들 노예로 끌려왔을 뿐”이라고 결연하게 얘기를 시작했던 스물한살 청년이다. “기자들이 떠나고 나니 경찰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평화적인 시위대를 넘어뜨리고 잡아들이고 있다.” 주방위군 배치와 함께 퍼거슨에 밀물처럼 나타났다가 주방위군 철수와 함께 1주일 만에 썰물처럼 빠져나간 기자들에게 못내 서운한 듯했다. 퍼거슨에서 만난 흑인들은 멀리서 외국 언론이 자신들의 얘기를.. 2014. 8. 27.
유태인과 한국인 이민자들은, 특히 이민 1세대들은 자신이 떠나올 당시 고국의 이미지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2010년 인구센서스에 잡힌 한국계 이민자 170여만명 중 85% 정도가 한국에서 나고 자란 1세대이거나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이주한 ‘1.5세대’들이다. 이들에게 많이 남아있는 고국의 이미지는, 이제 산업화와 민주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큰 나라들 사이에 끼어 핍박받는 나라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들을 한국계라는 정체성으로 묶어주는 공통분모는 일본군 위안부와 동해 병기 등 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문제가 되곤 한다. 최근 몇년새 한국계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서 정치적 행동을 해서 주목받은 사례가 주로 일본군 위안부나 동해·일본해 병기 문제였던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 하원.. 2014. 7. 30.
보통국가 미국, 보통국가 일본 미·소 냉전이 시작되던 1940년대 후반 일본의 재무장은 미국 국가안보팀 내의 논쟁거리였다. 2차대전 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사령부(GHQ)의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은 일본의 재군비를 반대한 반면 트루먼 행정부와 국방부는 일본의 재군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미국 합동참모본부는 1949년 3월 일본 방위를 위한 미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본의 군대 창설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었다. 종전 직후 A급 전범으로 수감된 와중에도 조만간 냉전이 시작되기만 하면 자신이 구제받을 것이라고 믿었던 기시 노부스케의 예상이 적중했다. 한국전쟁 발발 2주일 만에 미국은 일본에 국가경찰 예비대 7만5000명과 해상보안청 요원 8000명을 증원할 권한을 부여한다고 통보했다. 국가경찰은 1954년 자위대가 됐다. 한국전쟁 .. 2014. 7. 2.
“역사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최근 조지워싱턴대 국가안보 아카이브팀이 정리한 외교문서 중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1999년 5월 북한에 가서 말할 요점을 정리한 메모가 포함됐다.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 국방장관으로 핵시설 정밀타격론자였던 페리는 대북정책조정관으로 ‘페리 프로세스’라는 미국의 새 대북정책 로드맵을 들고 북한에 가서 의사를 타진할 예정이었다. 이 메모에는 곳곳에 자필 수정이 가해져 있다. ‘Korea’를 두 줄 긋고 ‘조선’으로 고치고, ‘DPRK’를 ‘공화국’으로 수정한 것 등을 보면 어떻게 하면 청자의 마음을 얻어 일이 잘되게 해볼까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페리는 자신을 소개하며 수학자요, 기술자로서 냉전 때 펜타곤에서 무기개발 업무를 했지만, 1993년 국방장관이 되어선 자신이 개발했던 무기들의 목표.. 2014.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