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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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55

레짐 체인지에 기댄 외교 “이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북한 핵만큼이나 풀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가 되었다.” 오랜 경력의 한 외교관이 이런 비교를 한 적이 있다.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를 놓고 외교적으로 소원해지고, 국내 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호감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보다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을 즈음이다. 사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워낙 다르고,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피차 국내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얘기였다. 박근혜 정부가 보기에는 아베가 통 크게 반성하고 책임지면 되고,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해결될 문제였다. 기자에게는 또 하나 비슷한 점이 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내심 일본과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에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은가 하.. 2015. 6. 23.
ISDS와 민주주의 고래·바다표범 등 각종 수중생물의 서식지로, 대구잡이가 주요 산업인 캐나다 동부의 노바스코샤주 딕비넥 해안이 시끄러워진 것은 2002년 미국계 채광업체 빌콘이 들어서면서다. 빌콘은 2002년 이 지역에 풍부한 현무암 골재 채취를 위해 152㏊의 채석장과 선착장 건설을 허가해달라고 주정부에 신청서를 냈다. 환경단체들은 생태계와 지역민 생계수단이 파괴된다며 지역민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폈다. 빌콘은 이 사업이 이 지역 세수와 일자리를 늘려줄 것이라고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노바스코샤 주정부는 중앙정부와 함께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사업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빌콘은 이 결정으로 1억880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2008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조항에 의거해 NAFT.. 2015. 6. 2.
미·일 화해와 불편한 역사 “역사는 미·일 양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역사는 굉장히 폭이 넓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 전에 미국을 다녀간 한국의 외교당국자는 ‘일본 정상이 미국 의회를 상대로 연설할 때 한국, 중국에 했던 잘못에 대해 얘기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 정부는 아베의 연설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발언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움직였다. 아베가 ‘아시아에 끼친 피해’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노력은 절반쯤 성공했다. 1941~1945년의 전쟁은 미국과 일본의 싸움이었지만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사람들도 고통 받았다. 한국 정부가 일본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뭔가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일본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이.. 2015. 5. 12.
시민의 의무 최근 미국에서 시민적 의무와 관련해 흥미로운 뉴스가 두 건 있었다. 하나는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60)이 배심원 의무 이행명령을 통보 받고 메릴랜드주의 한 법정에 출석했다는 뉴스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거주지가 워싱턴 인근인 로버츠 대법원장은 15일 아침 교통사고 관련 민사사건에 배심원 후보로 참석했다. 재판에 앞서 재판장이 기피 사유가 있는 배심원들을 가려내기 위해 친척들 중 간호사나 교통사고 조사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49번 배심원’ 로버츠는 손을 들고 간호사 여동생, 교통사고 조사업무 종사자 처남 얘기를 했지만 다른 주에 산다는 등의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장은 49번 배심원을 따로 불렀다. 재판장은 “이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논의해봤다. 우리는 당신 직업이 무엇인지 잘 안.. 2015. 4. 21.
안쓰러운 ‘미의 중 견제’ “최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재계 지도자들이 세계 1위 투자처는 더 이상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해 의회 신년 국정연설 때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이 모두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길게 박수를 친 대목은 미국이 중국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얘기할 때였다. 미국 엘리트들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 또는 위기감은 이렇게 은연중에 드러난다. 그런데 최근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미국의 방해 시도에서는 그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 호주 등 고분고분한 동맹국들에 AIIB 가입을 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31일 마감된 AIIB 창립 회원국 신청에 45개국이 참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호주, 인도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영국, 프.. 2015. 3. 31.
리퍼트와 그레그 도널드 그레그가 주한 미국대사 부임 직후인 1990년 1월 광주를 방문했을 때 “사과하러 왔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1980년 5월 신군부의 광주학살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에 광주 미 문화원 앞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반미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이 사과할 게 있다면 이 일에 대해 이렇게 오랫동안 침묵한 것이다.” 그레그의 이 말이 전해지자 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 6명이 그레그에게 만남을 청했다. 3시간 면담에서 시민들은 인공위성으로 작은 물체까지 식별하는 미국이 광주에서 학살 명령이 내려지는 과정을 몰랐을 리 없다고 따졌다. 그레그는 “미국 인공위성 성능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 마음속까지 보지는 못한다. 그 과정은 (학살을 지시한) 한국인들만 정확히 알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레이건.. 2015. 3. 10.
아버지와 정치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유력후보가 있기에 누구도 섣불리 도전장을 내밀려고 하지 않는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스무명 가까이 되는 후보들이 벌써부터 백가쟁명을 벌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력한 두 후보를 꼽자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2)와 랜드 폴 켄터키주 상원의원(52)이다. 두 사람은 모두 2세 정치인이다. 젭 부시는 대권 도전을 시사한 뒤 지난달 자동차 판매업협회에서 한 첫 대중연설에서 “내 아버지”라는 말을 여러 번 언급했다. 그는 아버지 부시가 자신의 정치인 롤모델이라며 특히 그의 외교정책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형 부시에 대해서는 퇴임 후 그림을 그리는 것만 얘기했다. 젭 부시는 자신의 정치자금 모금법인인 정치활동위원회(PAC) 웹사이트에 올린 첫 게시글에서도 아버지만.. 2015. 2. 17.
미국 경제, 웃고 있지만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매일 신문에 끼워오는 할인쿠폰과 광고전단이 신문 본지만큼이나 두꺼운 나라. 그 쿠폰을 챙겨뒀다 쇼핑몰에 가서 물건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는 것이 여가활동인 사람들이 많은 나라. 물건을 쓰다가 100일이 안 되어서 가져가면 시시콜콜 따지지 않고 새것으로 바꿔주는 나라. 쓰레기 수거일이 되면 주택가 곳곳이 쓸 만한 가구, 생활용품들로 넘쳐나는 나라. 음식물쓰레기는 싱크대에 갈아서 하수처리하고, 재활용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 집집마다 자가용이 두 대 이상씩 있는 나라. 두 세 가구가 살아도 될 것 같은 집에서 서민 한 가구가 사는 나라…. 이루 셀 수 없다. 미국에 산 지 1년 반쯤 된 내게 특이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렇게 소비와 관련된 것들이다. 미국이 축.. 2015. 1. 28.
[손제민의 특파원칼럼]강한 공권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미국에 온 뒤 작은 강박증 비슷한 것이 생겼다.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미국에서 총기 사망은 교통사고 사망만큼 흔한 일이다. 학교에 간 아이들이, 외출한 아내가 당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경찰로부터 날아올지 모를 총알도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 총기규제 시도는 무위로 돌아가고, 미국인들은 타인의 총기의 공포를 본인의 총기 소지로 극복하거나 그냥 팔자로 여기며 산다. 미 법무부 산하 술·담배·총기·폭발물 담당국은 시중에 풀린 총이 3억정 이상이라고 추산한다. 대부분은 각자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보관돼 있겠지만 종종 총기함 밖을 나와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고 심지어 공권력을 향하기도 한다. 지난해 법 집행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진 미국 경찰관은 47명이다... 2015.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