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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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55

졸업식 연사들의 수난은 왜일까 일요일인 지난 18일 미국의 대학 캠퍼스 근처를 지날 때 검은색 또는 자주색 졸업 가운을 입은 앳된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 얼굴들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살짝 비치긴 했지만 그날따라 눈부시게 좋은 날씨 때문인지 싱그러움과 패기가 더 느껴져 좋았다. 그런 점에서 5월을 졸업철로 잡은 것은 좋은 선택이다. 졸업식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에서 커멘스먼트(commencement)라는 단어가 그래주에이션(graduation)만큼이나 많이 쓰인다. 올해 미국 대학 졸업식의 화두는 졸업축사 연사들의 수난이다. 지난 18일 열린 미국 대학의 졸업식에 연사로 초청받은 이들이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참석하지 못하고 급하게 섭외된 ‘대타’가 축사를 하는 일이 세 건 있었다. 시작은 콘돌리자 라이.. 2014. 5. 21.
‘북 핵실험 임박’ 발표 유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9일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백악관에 돌아왔다. 오바마 방한에 즈음해 북한이 핵실험으로 무력시위를 하리라던 항간의 예상은 빗나갔다. 정확하게는 ‘항간’이라기보다는 책임 있는 기관의 예상이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른바 특수정보를 공개하면서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4월30일 이전” “큰 거 한 방” 같은 솔깃한 말들이 등장했다. 당시는 세월호 참사 1주일째로, 초기 대응을 잘했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던 때였다. 이때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정보 공개는, 마침 그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민간기관에서 한 “북한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발언과 맞물려 주요 뉴.. 2014. 4. 30.
[특파원칼럼]미셸 오바마의 텃밭 이른바 ‘영부인 관심사업’이란 게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전국에 ‘작은 도서관 짓기’ 사업에,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 세계화’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관심사업은 ‘텃밭 가꾸기’다. ‘영부인 관심사업’은 대개 정치성을 덜 띠면서도 확실한 유산으로 남을 수 있는 일을 택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정부가 하는 일이 그렇듯 그 과정에서 특정업계의 민원이 반영되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정도가 심하면 다음 정권에서 예산을 허투루 쓰지 않았나 감사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미셸 오바마의 텃밭 가꾸기는 언뜻 목가적 취미로 보이기도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고도의 정치적인 사업이다. 지난 2일 오후 백악관 앞마당.. 2014. 4. 9.
[특파원 칼럼]미국에 번지는 ‘불평등’ 논쟁 식품판매점에서 일하는 조안나 크루스(29)는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당 7.30달러(약 7680원)를 받는 싱글맘이다. 주 40시간을 일해도 300달러가 채 안되는 돈을 손에 쥔다. 그는 어머니의 삶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어머니는 매트리스 공장에서 30년간 일했지만 지금도 시급이 9달러다.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나에게 잘못이 있지요.” 크루스는 자기 탓을 했다. 청교도, 개인주의 문화에서 별로 이상하지 않은 태도다. “그런데 나는 이미 직업이 있어요. 지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하면 그걸 마칠 때쯤엔 마흔이 될 거예요. 누가 애 있는 마흔살 여성을 고용하려 하겠어요. 그러니 지금보다 잘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의 삶은 자식들에게도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가난의 ‘3대.. 2013. 12. 19.
[특파원칼럼]박 대통령, 외교를 하시지요 백악관은 이란 핵협상의 잠정합의가 도출된 직후 기자들에게 배포한 설명자료(fact-sheet)에서 이란이 취하기로 한 핵무기 개발 능력 제한 조치를 길게 설명하며, 지난 10년 사이 처음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에 의미있는 제한을 설정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대가로 미국 등이 완화해줄 경제제재는 아주 미미한 규모일 뿐이고 그마저도 이란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고 했다. ‘팩트’만큼 주관적 평가가 많이 붙은 이 자료를 읽어보면 이번 합의는 곧 미국 외교의 승리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국영방송에 나와 “다른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독해하게 내버려두라. 하지만 이란이 농축할 수 있다는 권리는 합의문에 분명히 기술돼 있다”면서 “나는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의 농축 활동이.. 2013. 11. 27.
[특파원칼럼]미국 NSA와 ‘기게스의 반지’ 기게스(Gyges)는 리디아의 왕을 섬기던 목동이었다. 어느 날 지진으로 갈라진 땅 틈에서 발견한 반지를 끼고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소에는 남의 눈을 의식해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그는 왕궁에 들어가 왕비를 유혹해 간통하고, 왕을 죽인 뒤 자신이 왕에 올랐다. 글라우콘은 스승 소크라테스에게 이 얘기를 들려준 뒤 질문했다. 이런 반지가 두 개 있어서 하나는 도덕적인 사람에게 주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준다면 어떻게 될까? 글라우콘의 예상 답안은 그런 반지를 갖고도 도덕적으로 행동할 사람은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통신감청 정보기관 국가안보국(NSA)의 자국 시민과 우방국 정상들에 대한 무차별적 도·감청 논란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플라톤의 에 나오는.. 2013. 11. 6.
[특파원칼럼]소녀 정치인 ‘말랄라’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직업에 ‘정치인’이 꼽히는 요즘 같은 때에 미국에 와서 장래희망이 정치인이라고 밝힌 소녀가 있다. 1997년 생으로 장래에 ‘파키스탄 총리’가 되고 싶다고 한 파키스탄의 시골마을 스와트계곡 출신 말랄라 유사프자이다. 그는 12살 때 영국 BBC방송 블로그에 여성 교육권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탈레반의 표적이 됐고 하굣길에 머리에 총을 맞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자서전 출간에 즈음해 미국을 방문해 교육에서의 성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설파했다. 이러한 가치는 미국 사회가 그에게 굳이 더 들을 필요 없는 것이지만, 미국의 주요 인사들은 이 소녀를 앞다퉈 초청해 만나고 경청해주었다.말랄라는 타고난 언변도 있겠지만 스스로의 얘기처럼 “덤으로 얻은 인생”이어서 그런지 거침이 없었다. 언.. 2013. 10. 16.
[특파원칼럼]‘전략적 인내’의 공모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8년 대선후보 시절 자신이 집권할 경우 적성국 지도자라도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며 예로 든 나라가 넷 있다. 바로 이란, 북한, 시리아, 쿠바다. 오바마는 이들 가운데 적어도 이란 지도자와의 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 34년의 적대 끝에 미·이란 정상이 만나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일단 상생의 길 위에 올라선 것 같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0일 워싱턴포스트에 ‘왜 이란은 건설적 관계맺기를 추구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댓글로 보건대, 로하니의 글은 미국 사람들 사이에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글에 비해 격조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로하니는 자신이 석 달 전 대외관계 개선 공약으로 광.. 2013. 9. 26.
[특파원칼럼]마틴 루터 킹과 기본소득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앞 계단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을 한 지 50년이 됐다. 꼭 50년 되는 날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그 자리에서 연설해 ‘좋은 그림’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사이 미국이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를 물으면 평가가 후하지 않다. 50주년 기념식에 나온 사람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외치고, 새로운 ‘짐 크로(인종차별법)’ 행태에 분노했다. 50년 전 킹 목사가 조직한 행사의 명칭이 ‘일자리와 자유를 위한 워싱턴 대행진’이었던 점을 상기하면 흑인이 대통령이 된 것을 빼고는 역사가 딱히 전진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이튿날인 29일 미국 전역에서 패스트푸드점 노동자 수만명의 파업이 예고돼 있다. 이들은 “열심히 일한 미국인들은 식품, 월세, 교.. 2013.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