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우려 커지는 중국 위협론
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오관철의 특파원 칼럼

[특파원칼럼]우려 커지는 중국 위협론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5. 28.

국강필패(國强必覇). 나라가 강해지면 반드시 패권을 추구하게 된다는 뜻이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고 자기의 세력을 넓히는 게 패권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이 이 같은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지난 15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인민대외우호협회 60주년 기념 연설에서, 좀 멀게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2010년 10월 국경절 기념 연회에서 중국은 절대 국강필패의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행보를 돌아보면 거꾸로 국강필패의 길을 추구한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공허한 말에 그치고 있다. 중국이 베트남과 이달 들어 첨예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건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에 원유 시추시설을 가동시킨 것이 결정적 이유다. 양국이 해상 개발공작팀을 구성해 남중국해의 유전과 가스전을 공동 개발하자고 합의한 약속을 7개월 만에 내팽개친 쪽은 중국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방문을 마치고 돌아간 후 분풀이라도 하듯 미국과 군사적 관계가 없는 베트남을 건드린 것인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한 게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필리핀과 분쟁 중인 남중국해 존슨 산호초에는 활주로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물을 건립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주에는 한국, 일본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지역에서 러시아와 해상 합동훈련을 벌였다. 러시아와 연대, 미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노골화하면서 아시아의 문제는 아시아 국가가 스스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동의 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중국은 살라미(salalmi) 전술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면서 야금야금 남중국해, 동중국해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살라미 전술은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전술이다. 중국은 먼저 일을 저지른 후 수습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저지르는 식의 행보를 통해 세력권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일본이 실효 지배하던 센카쿠열도도 중·일 분쟁지역이 됐다. 이대로 가면 서해와 남중국해에서도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시간문제일 듯하다.

이런 식의 행보가 누적되면 과연 국제 사회에서 중국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평화와 안정을 얘기하면서도 절대로 자신들의 권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중국의 모순되는 주장은 이제 주변국들에게 피로를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이 지금 평화로운 발전을 추구한다고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평화적 부상은 선전일 뿐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연막탄이란 의혹은 깊어지고 있다. 지금 베트남과 필리핀이 연대해 중국에 맞서려 하고, 일본은 틈을 놓치지 않고 필리핀과 베트남을 파고들고 있다. 만약 주변국들이 중국의 의도를 오해하고 있다면 중국은 메시지 전달과 관리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중국 위협론은 1990년대부터 군사적 이유로 혹은 경제적 이유로 틈만 나면 제기돼 왔고, 미국과 일본이 부추겨온 측면도 있다. 최근 부쩍 강해지고 있는 중국 위협론이 가공인지, 실체인지 여부도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우려가 깊어지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나폴레옹은 중국을 잠자는 사자라 부르며 만약 잠에서 깨기만 하면 세계를 진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잠에서 깨어난 중국이 포악한 사자가 될지, 자신들의 말대로 평화롭고 정답고 문명적인 사자가 될지 기로에 서 있다. 중국 위협론이 기우에 그치도록 중국은 대국답게 포용적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중국과 연계된 국익이 갈수록 커지고 서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마주한 우리도 중국이 주변국과 벌이는 갈등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상황은 아니다. 냉철하고 치밀하게 대응 전략을 세워둬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