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선거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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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돈 내고 선거를 하는 이유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10. 12.
내년 대선을 위한 프랑스 사회당의 국민경선 1차투표가 지난 일요일 치러졌다. 사회당원을 비롯해 내년 5월 대선 때, 만 18세 이상인 모든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고, 사회당원인 경우 16세부터 참여할 수 있다. 재미있는 건 1유로의 선거비용을 내고 “당신은 좌파의 가치를 인정하는가”라는 질문에 동의해야 투표할 수 있다는 것. 찬비가 오락가락하던 일요일, 프랑스 최초로 치러지는 기묘한 민주주의 실험에 참가한 사람은 250만명이었다. 흥행 대성공이다. 사회당은 이 날 그들이 선거비용으로 예상했던 금액 350만유로를 거둬들였다.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 프랑수와 올랑드 1위(41%), 마르틴 오브리가 2위(29%)를 차지해 2차 경선을 하게 됐다. 그런데 언론이 주목한 이 날 경선의 스타는 제3의 인물 아르노 몽트부르였다. 선거후 모든 신문의 1면과 뉴스 시사 프로를 도배하는 건 모델같이 멋진 외모를 자랑하는 몽트부르였다. 두 거물에 비하면 거의 무명 정치인에 가까운 그는 이번 경선에 임한 여섯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왼쪽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반세계화와 은행국유화로 가장 사회주의자다운 공약을 내걸었다. “프랑스 전체 고속도로에 과속측정기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금융분야에도 같은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세계 경제에 위기를 초래하는 주범인 금융자본주의의 천국을 종식하고 이들이 독주할 수 없도록 법률적인 재갈을 물려야 한다”고 거침없이 주장해 왔다. 반신자유주의를 명백히 표명하는 그는 17%라는 놀라운 지지를 얻었다.

올랑드가 사회당 내에서 중도에 가까운 정치적 입장을 띤 반면, 오브리는 조금 더 왼쪽에 서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좌파 성향이 높은 파리시에서의 선거 결과에서 이러한 차이는 뚜렷이 드러난다. 파리에선 오브리가 38%로 1위, 올랑드가 31%로 2위를 했다. 서울이 강남과 강북으로 선거성향이 나뉘듯이 파리는 동쪽과 서쪽으로 성향이 나뉜다. 대표적 부르주아 동네인 16구를 비롯한 서쪽 동네는 올랑드에게, 동쪽은 압도적으로 오브리에게 표를 던졌다.

결국 1차에서 10% 이상의 격차가 났으나 몽트부르 지지자들의 표가 오브리에게로 향한다면 2차에서 역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모든 언론의 눈이 몽트부르의 입으로 향해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러나 몽트부르는 두 대선주자가 갖는 정치적 입장의 차별성이 거의 없다면서 자신의 17%를 한 사람에게 공짜로 던져주진 않을 것이며, 대신 둘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그 답변을 보고 한쪽에 대한 지지를 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자신이 얻은 17%를 놓고 양 대선 주자가 사르코지의 정책과 대치되는 현재의 금융위기, 부채위기에 대한 대안을 선택하도록 요구한 셈이다. 

사르코지의 재집권을 원치 않는 프랑스인이 65%인 상황에서 이제 몽트부르의 판단은 향후 5년간의 프랑스를 좌우할 수 있는 열쇠가 되었다. 그가 두 후보에게 건네는 4가지 질문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회당이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에게 던졌던 바로 그 질문 “당신은 좌파의 가치를 인정하십니까?”이다. 

1%의 부자가 아니라 99%의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부를 공유하는 사회를 당신들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사회당은 이제 답해야 한다. 미테랑 집권2기부터 점점 멀어져왔던 바로 그 가치를 되찾는 것. 사회당의 로고는 분홍이 아닌 ‘붉은’ 장미였음을 환기시키는 것이 프랑스 시민들이 1유로씩 내고 경선에 참여하면서 사회당에 던진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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