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가부채의 진실
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프랑스 국가부채의 진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9. 27.
6년 전, 학생이 아닌 프랑스 국적을 가진 아이 엄마의 자격으로 처음 체류증을 받고서 일종의 시민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프랑스 정부 예산 가운데 국가부채의 이자를 갚는 데만 12%가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이렇게 쉽게 외화를 버는 나라에서 어쩌자고 살림살이를 이런 식으로 할까 싶더니만, 지금 프랑스 사회를 사로잡는 핵심 화두는 ‘국가부채’다. 

프랑스의 2010년 GDP 대비 부채비율은 82.3%로 신용등급 AAA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내년 5월로 다가온 대선에서도 핵심 논점은 이 부채에 대한 대안으로 집중될 것이다. 집권당인 UMP,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사회당 모두 그 해결책을 공공예산의 ‘긴축’에서 찾는다. 마치 이 모든 재앙의 근거가 방만하게 운영돼 왔던 국가재정에만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의 그 길고 질겼던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연금법 개정은 이로써 그 설득력을 획득하고, 사르코지 정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모든 종류의 사회보장 축소는 물론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교육, 의료서비스 축소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인 것이다. 



그러나 사회당 대선주자들마저 가세하는 공공예산 긴축의 논리에는 엄청난 허구가 있다. 무시무시한 부채는 과연 국가가 국민들에게 사회복지를 과도하게 베풀다가 빚어진 것인가?
트로츠키주의자였던 사회당 조스팽 총리 시절(1998~2002),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오히려 0.5% 축소됐다. 반면 사르코지와 그의 총리 피용은 집권 단 3년 만에, 국가 부채를 14.1%로 증가시켜 놓았다. 사르코지가 집권해서 한 일들은 노골적인 공공부문 축소와 민영화, 사회보장 축소였는데 어떻게 이 모순을 설명할까? 

20년 전, 가장 높은 비중의 소득세는 65%였다. 지금은 41%로 감소했다. 기업에 대한 세금도 여러 특례조항에 의해 대기업들의 이득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개조돼 왔다. 중소기업들이 28%의 세금을 내는 반면, 2000명 이상의 봉급자를 고용하는 기업은 13%, 40대 그룹은 달랑 8%만의 세금을 낸다.
얼마 전, 프랑스 부호들이 자발적으로 특별세를 내서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기특한 발언을 해 감동을 자아낸 적이 있지만, 그들이 국가로부터 받아오고 있던 선물에 비하면 그 정도의 자진납세는 애교 수준이다. 2002년부터 축적되어 온 부자감세는 지금까지 연간 600억유로에 달하는 구멍을 만들었다. 부자감세만 철회돼도 재정적자는 단숨에 메워질 수 있다. 

금융기업들의 방만한 투기와 신자유주의 정권의 과도한 부자감세가 빚어낸 그들의 위기를 정부는 국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서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좌파전선, 녹색당, 반자본주의신당 등만이 이러한 해법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권력과 손잡은 대형미디어들의 선동으로 그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오늘 아침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이 나라의 허물어져가는 교육정책에 항의해 공립, 사립학교 교사들이 함께하는 대규모 파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올 한 해만 1만4000명의 교원이 감축됐고, 사르코지 집권 동안 모두 8만명의 교원이 감축된다.
이 세상에 교육을 잘해서 망한 나라가 단 하나라도 있을까? 전 문화부 장관 자크 랑이 그의 저서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러한 위기일수록 프랑스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이 교육과 문화에 투자하는 일일 것이다. 아이 손을 붙잡고 교사들의 시위에 동참하련다. 너희들이 만든 구멍은 너희 돈으로 메워라.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