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대한 시선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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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동성애에 대한 시선과 편견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8. 17.
9월 시작되는 새학기부터 프랑스 중·고생들이 공부할 자연과학 교재에 동성애에 대한 항목이 실려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남자 혹은 여자가 되기’라는 제목의 장에서 동성애는 하나의 사적 취향의 문제로 규정된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남자 혹은 여자로 태어나나, 개개인의 성적 취향은 살아가면서 달라질 수 있으며, 대다수 사람들이 이성애자인 반면, 인구 중 일정 수는 동성애 혹은 양성애의 성적 취향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사람은 각자 처한 환경과 받은 교육에 따라 각자 다른 방식으로 남자가 되고 여자가 되며, 성적 취향에 문화사회적 영향이 크게 작용함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1970년 함부르크에서 성혁명의 바람이 크게 불었을 때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동성애 취향을 가진 이들이 18%였던 반면, 1990년에는 2%대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토록 지극히 상식적인 교과서에 대해 프랑스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지만, 논란을 제기하는 자들은 다행히도 소수에 불과하다. 가톨릭 교단과 우파 가톨릭가족협회는 “생물학적 성보다 사회적 성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며 젊은이들을 다양한 성적 경험으로 이끌려는 의도”라면서 동성애 항목 자체의 전면 삭제를 요구하며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고,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반면 쉬드(Sud)학생노조는 차별에 대항한 투쟁에서 이만큼 진전을 이룬 것에 기쁨을 느낀다고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교육당국의 입장도 명확하다. 존재의 가치가 전혀 없는 논란이라고 일축하고, 이 교재는 공적 영역인 성별과 사적 영역인 성적 취향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있으며, 이는 프랑스라는 국가가 학교 교육을 통해 전달해야 할 편견에 대한 투쟁을 목표로 한다고 답한다. 

결국 동성애 교육을 둘러싼 오늘의 논란은 쇠락해가고 있는 프랑스 가톨릭이 얼마나 옹색하고 편협한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커밍아웃하는 것이 돼 버렸다.
이 교재의 불경함을 주장하는 측은 극소수의 극우종교단체에 불과하지만, 사르코지 정부의 교육관료가 ‘편견과의 투쟁’을 운운할 만큼, 2000년 넘게 내려온 가톨릭이 뿌려놓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의 뿌리는 깊다. 문제의 교과서를 펴낸 출판사의 편집인은 “이 교재에서 우린 성적 취향의 다양성뿐 아니라 성적 행위가 주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한다.

고교시절 생물시간 한 장면이 떠오른다. 원생동물의 생식을 배우고 난 후, 선생님은 인간의 생식은 대입시험에 나온 적이 없으므로 생략한다고 말하며 통째로 그 대목을 건너뛴다. 지극히 기계적으로 인간의 생식을 다룬 부분마저 지식의 범위에서 제외시켜 버린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지식들, 성을 통해서 인간은 생식을 할 뿐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커다란 기쁨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도 학교를 통해 배울 수 있다면, 더 이상 성이 사고파는 것이거나, 빼앗기거나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나의 의지로 나의 사랑하는 대상과 나누는 즐거움이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 사회 자체가 한결 맑아지지 않을까.

서울시교육청에 제출된 학생인권조례안에 성소수자의 인권을 다루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반응은 극우언론, 기독교단체 쪽에서 가장 먼저 동성애 미화 운운하는 레토릭으로 전해졌다. 하나님은 모두를 사랑하시는 분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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