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누가 진정한 보수주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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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누가 진정한 보수주의자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8. 8.

뜨거운 지난 두 달이었다. 6월6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시민 감시 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행보는 그가 러시아에서 임시 피난처를 제공받으며 잦아들었다. 스노든을 성토하면서도 국가안보국 개혁을 논하던 미국 의원들은 알카에다 테러 경보령과 재외공관 잠정 폐쇄에 맞춰 3주간 휴가를 떠났다.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가치의 전파를 사명으로 표방하는 미국 정부는 그들 표현대로라면 ‘불투명하고, 정보기관의 감시가 더 심한’ 러시아가 본국 송환 시 박해의 우려가 있다며 스노든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준 것이 치욕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결정을 비난하며 내달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보이콧 가능성도 내비쳤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국가안보의 책임자를 자임하며 스노든을 간첩으로 부른다. 주목할 만한 다른 목소리는 보수정당인 공화당 내 논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화당 유력 대권주자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이 사건을 사생활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규정했다. 그는 국가안보국이 불합리한 체포, 수색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4조를 위반했다며 ‘수정헌법 4조 회복법’을 발의했다. 같은 당 경쟁자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나는 2001년 9월10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전직 검사로서 이런 리버테리어니즘(libertarianism)은 매우 위험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폴 의원은 트위터에 “크리스티는 자유가 가져올 위험을 우려한다. 나는 그 자유를 잃게 될까 걱정한다. 영장 없이 감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반박했다.


손제민 워싱턴 특파원 (AP연합)


폴 의원은 지난 대선 공화당 경선후보였던 론 폴의 아들로, 리버테리언(자유론자)에 속한다. 그가 발의한 법안들을 보면 ‘이집트 정부에 대한 무기 판매, 대여, 이전 등 금지법’ 등 국가권력의 개인 자유 침해 방지와 관계된 것들이 많다. 헌법을 입에 달고 산다. 그의 주장은 공화당의 소수파이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티파티 운동’과 닿아 있다. 미국 정부의 한 인사는 이 때문에 그를 ‘극우주의자’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스노든을 반역자(34%)보다 내부고발자(55%)로 불러야 한다는 여론(퀴니피악대학 조사)이 더 많은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리버테리언 성향의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데이비드 보아즈 부회장은 기자의 물음에 “이번 조사 결과는 많은 미국인들이 국가안보국의 감시활동 폭로에 충격을 받았으며, 누군가 그런 사실을 밝혀줘서 기쁘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그런 생각은 젊은이들 사이에 더 강하다. 퀴니피악대 조사에서 20~30대의 64%가 스노든을 내부고발자로 봤다. 시민단체 ‘자유를 바라는 학생들’ 회원인 캐시 라이젠위츠는 기자에게 “많은 미국인들은 자유사회에서 간첩죄는 국가기밀을 미국의 적에게 건넸을 때에만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스노든은 언론을 통해 미국 시민들에게 정보를 주려 했을 뿐이다. 미국 시민이 적이 아니라는 것은 리버테리어니즘 이전에 상식 아니냐”고 했다. 보아즈 부회장은 “젊은 사람들은 큰 정부가 망쳐버린 경제 속에서 고투하고 있다. 그들은 주변에 동성애 친구들이 있고, 누구나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없는 전쟁에 지쳤고,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리버테리언이 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러면 테러는 어떡하느냐고? 라이젠위츠는 “미국 젊은이들은 인생의 대부분 동안 조국이 국제 분쟁에 휘말려든 것을 경험하고는 이제 그 분쟁의 유용성을 의심하고 평화롭게 분쟁을 피하는 길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라이젠위츠와 보아즈는 둘 다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여긴다. 보수주의의 핵심에 개인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2013년 한국 사회에서 그런 보수주의자는 얼마나 될까.


(경향DB)


손제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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