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한·미동맹 제대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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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특파원칼럼]한·미동맹 제대로 가고 있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6. 20.

유신모 | 워싱턴 simon@kyunghyang.com

 

국가 간의 동맹 관계에서 여러 가지 현안을 두고 서로의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아무런 견해 차이가 없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관계라고 일컫는 미·영동맹도 국민적 정서, 국익, 국내 정치 등의 이유로 가끔 이견을 드러낸다. 미국의 아시아 기축 동맹인 미·일 관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종종 발견된다.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양국 정상은 각자의 입장 차이를 거리낌없이 밝혔다. 그렇다고 이 나라들이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한·미동맹은 조금 다르다. 정부 관리들은 항상 “한·미 간에는 아무런 입장 차이도 없다”고 말해야 한다. 한·미 간에는 언제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의견이 일치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차이점이 있는 것처럼 외부에 알려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3각동맹의 그림자 (일러스트) ㅣ 출처:경향DB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시대 선언과 함께 한·미동맹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정, 양국 공동 번영이라는 목표에서 이탈해 미국의 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 국방장관(2+2) 회담의 결과물인 양국 공동선언문은 북한의 위협을 지칭하면서 실제 그 대응에 있어서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이 확연하다.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이 참여하는 소규모 안보체제를 여러 개 만들어 중국을 포위하려는 의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한국에 부쩍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도 그중 하나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 동맹관계지만 한·일은 군사·안보 분야에 관한 한 기초적인 협력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제의 침략 역사와 현재 한·일 관계, 국민정서 등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미국은 한·미·일 안보협의체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 간 군사협력을 강화해 3국 공동의 전략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싶어한다.

지난 15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로스앤젤레스 국제문제협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한·미동맹은 분명히 더 많은 관심과 자원, 그리고 어려운 결정을 수반하게 되겠지만 이는 한·미동맹 진전에 따르는 당연한 비용으로 우리는 이를 기꺼이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관계 진전 자체가 한·미동맹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어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한·미동맹만은 진전시켜야 한다는 당위는 목표와 전략의 본말전도다. 한·미동맹을 진전시키고 양국 관계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진정 말없이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에 앞장서고 일본과의 과거 역사를 묻어둔 채 군사협력을 강화하겠는가.

각자 처한 국제 환경과 국내 사정이 전혀 다른 한·미가 모든 사안에 완벽하게 견해를 일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한·미 간의 민감한 사안도 많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 논의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이 대표적이다.

좋은 동맹이란 ‘빛 한줄기 새어들어올 틈도 없이’ 완벽하게 일치된 견해를 항상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시로 발생하는 충돌을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조율하고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신속히 내놓을 수 있는 관계가 최상의 동맹 관계다. 호혜 평등의 원칙하에 맺어진 주권 국가 간의 동맹 관계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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