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소비는 정치다' 인식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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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경향신문 지나간 기획

(1)-2 '소비는 정치다' 인식서 출발

by 경향글로벌칼럼 2008. 7. 20.
ㆍ적극구매·불매·제조사기반 구매 등 형태 다양

정환보 기자


'윤리적 소비' 개념은 소비가 단순히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옳은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싹 트면서부터다. 1970년대와 80년대 서구, 특히 영국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분리 정책)에 반대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한 사회적 의사 표출의 한 형태로 남아공과 관련있는 기업과 제품의 상품·서비스를 불매하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이에 기업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고, 아파르트헤이트는 철폐됐다. 환경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80년대 이후에는 기업들이 '친 환경적 소비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발행되는 격월간지 '윤리적 소비자(Ethical Consumer)'는 '소비'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정치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잡지는 '윤리적 소비자 입문 가이드'에서 윤리적 소비의 4가지 영역, 즉 △적극 구매 △불매 △제조사 기반 구매 △종합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에너지 절약형 전구를 적극 구매하고 연비가 낮은 대형 자동차를 불매하는 것이 옳다. 독재 국가의 민주화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는 그 나라에 공장을 세워 독재 권력에 일조하고 있는 제조사가 만든 일체의 제품을 불매한다.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려는 소비자는 자신의 관심영역이나 문제의식이 닿는 항목의 제조사·제품의 윤리점수를 잡지에서 확인해 구매에 도움을 얻는다.


윤리적 소비는 사실 서구만의 것은 아니었다. 일제시대 우리나라의 물산장려운동이나 영국이 통치하던 인도의 스와데시 운동도 윤리적 소비의 전형이다. 이들 나라의 소비자들에게는 '반식민주의는 윤리적'이라는 공통의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다소 복잡해진다. 윤리 기준에 대한 개인차와 집단차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소비자 개개인의 윤리 기준이 정교해질 때 제품은 이를 따라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의 첫 걸음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윤리적인가'를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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