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카테고리의 글 목록 (9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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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108

미테랑 향수, 그리고 지속가능한 후보 미테랑 향수가 프랑스에 퍼져가고 있다. 이러한 정황이 포착되기 시작한 건 이미 여러달 전. 미테랑 당선, 동시에 사회당 승리의 그날인 5월10일을 즈음해서 미테랑 향수의 바람은 거대한 열망처럼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다. 언론들은 30년을 맞이한 좌파 승리의 그날과 미테랑 노스탤지어의 바람을 진단하고 분석하기에 이르렀다. 前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 81년의 승리는 오랜 열망 끝에 비로소 거머쥔 좌파 전체의 것이었다. 당시 혁명과 진보의 상징 바스티유 광장은 밤새 기쁨을 나누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렇기에, 불과 2년 만에 좌파진영 전체의 희망을 하나 둘 저버렸던 미테랑에 대한 지지층의 주된 심정은 ‘배반’이었다. 당시 총리를 맡았던 로랑 파비우스마저, 미테랑을 향했던 그 저주와 비난의 강도.. 2011. 5. 13.
파리코뮌 140돌’을 맞는 프랑스 무상교육, 남녀임금평등, 야간노동폐지, 정·교분리, 노동자자치기업, 외국인들에게 시민권 부여…. 이 놀랍도록 진보적이고 이상적인 생각들은 1871년 3월18일부터 파리에서 72일 동안 유지됐던 파리코뮌에서 실천됐던 일들이다. 나폴레옹 3세가 통치하는 제2제정의 암흑기 속의 프랑스. 1870년 프로이센과 벌인 전쟁 탓에 시민들은 극심한 기아와 굴욕을 견뎌야 했다. 황제는 달아나고 임시의회가 프로이센과 굴욕적인 협약을 체결하자 이에 반발한 파리시민들은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임시정부의 수장이던 티에리와 부르주아들은 구체제의 상징인 베르사유로 달아났고, 파리시에는 시민들이 남아 직접선거를 통해 92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시민의회를 만든다. 노동자 30%, 수공업자, 상인, 언론인, 예술가, .. 2011. 4. 29.
입을 권리, 입지 않을 권리 프랑스에서 부르카의 공공장소 착용 금지법이 시행되던 날,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부르카에 갇혀 장님처럼 남편의 손을 붙잡고 관람하던 한 여인을 목격했다. 멀쩡하게 서양식으로 차려 입은 남편의 모습은 검은 베일에 둘러싸인 여자의 모습과 극한 대조를 이루었다. 순간, 머리에 떠오른 단어는 ‘감옥’이었다. 제국주의가 일궈낸 전리품들의 오만한 전시장이라 할 만한 그 호화롭기 그지없는 공간에 등장한 부르카 두른 여인의 모습은 묘한 잔상을 남겼다. 세상 모든 나라들을 대영제국의 휘하에 거느리고 그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려는 제국주의, 여자를 한 남자의 감옥에 가둔 채 나머지 세상과 차단하려는 이슬람 원리주의는 묘하게 닮아있었다. 이슬람 경전 코란은 여성에게 몸 전체를 가리는 옷을 입을 것을 규정하지 않는다. 부르카를 비.. 2011. 4. 18.
종교가 정치를 만날 때! 정교분리의 원칙(laicite)은 말 그대로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의미한다. 일찌감치 종교가 국가 못지않은 권력을 누려왔던 유럽에서, 종교에 대한 견제는 길고도 힘든 싸움이었다. 프랑스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이 처음 천명되었던 것은 모든 진보적, 근대적인 시민사회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1789년 시민혁명의 인권선언에서였다. 이후 18, 19세기에 걸친 가톨릭세력과 혁명세력 간 반목은 결국 1905년 정교분리 원칙이 법으로 제정되면서 프랑스라는 공화국을 지탱하는 대원칙으로 채택된다. 국가는 시민들의 종교의 자유를 간섭하지도, 특정 종교를 지지하거나 편향하지 않으며, 종교 또한 국정에 간섭할 수 없고, 공공의 영역에서 종교적 색채가 개입되어선 안된다. 특히 공무원들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 어떤 종교적 .. 2011. 4. 4.
프랑스, 거센 원전 반대의 목소리 지진, 쓰나미, 원전 사고로 이어지는 일본발 참사가 지구촌을 송두리째 뒤덮고 있다. 한 나라에서 일어난 재해가 지구 전체를 공포에 떨게 하는 건, 물론 그 폐해의 끝을 짐작도 할 수 없는 원전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 위험에서 기인한다. 일본을 이웃에 두고 있는 한국에서는 피폭자의 한국 입국, 일본인들을 위해 쾌척하는 연예인들의 성금 등이 화제가 되고 있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원전 방사성물질 누출 사고가 일자마자 원전을 종결시키자는 거센 시민사회의 요구와 함께 찬반 논의가 불붙었다. 프랑스는 소비전력의 80%, 전체 에너지 의존도의 40%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원자력국가이기 때문이다.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전 의존도는 퐁피두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국가적 선택이었다. 원자력발전소 강화는 물론 원자폭탄 .. 2011. 3. 19.
프랑스 작가가 살아가는 법 이웃에 소설과 시나리오를 쓰는 한 작가가 산다. 그의 책들은 모두 프랑스 최고 권위의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3000권 이상 팔린 적은 없다. 당연히 인세로만 살지 못한다. 그러나 파리 마레지구에 있는 월세 1000유로(약 150만원)의 아파트에서 그리 궁색하지 않은 작가의 삶을 수십년째 영위하고 있다. 무슨 수로? 몇 년 전부터 그는 매년 지방 소도시에 머물면서, 그곳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다. 그리고 1주일에 두 번 주민들을 위한 글쓰기 교실을 연다. 1년의 계약기간 동안 지자체는 그에게 생활하면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레지던스)을 제공하고, 한 달에 2000유로를 지급한다. 글쓰기 교실에 참여하는 이들은 교사, 전직 간호사, 의사, 보험회사 직원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층의 사람들이다. 저녁 8시에 열리.. 2011. 3. 11.
아랍혁명, 프랑스의 ‘위선’ 들통내다 혁명은 민중들이 권력자를 내쫓고 그 자의 곳간을 터는 일로 시작된다. 그 속엔 금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재권력이 다수를 지배하느라 감춰두고 왜곡해왔던 진실들도 함께 숨겨져 있다. 권위와 무력, 거짓으로 유지되어 온 체제는 그 순간, 발가벗고 허물어진다. 재미있는 일은, 아랍국가에서 혁명이 성공할 때마다 프랑스 정가의 비밀 곳간이 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벤 알리가 튀니지를 탈출하기 직전까지, 경찰병력을 튀니지에 파견하여 독재권력을 옹호할 것을 건의했던 외무부 장관 미셸 알리오 마리는 혁명이 진행 중인 튀니지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 걸로 알려져 스캔들의 대상이 되었다. “그... 그럴까요?” 도착했던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사업가, 벤 알리의 절친이자 독재권력의 수호자인 아지즈 밀드가 자신의 전용.. 2011. 3. 11.
또 다시, 논란의 끝으로 가버린 셀린 루이 페르디낭 셀린(Louis Ferdinand Celine). 그는 20세기 프랑스 작가 중 푸르스트(Proust)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되고 알려진, 프랑스 문단에 전기와도 같은 충격적인 흔적을 남긴 작가다. 그러나 셀린을 무엇보다 오래 회자되게 하는 것은 반유태작가로서의 오명이다. 그가 2차 대전을 즈음하여 드러낸 반유태주의 입장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특유의 가차없이 통렬한 언어로 그는 반유태주의 시각을 담은 팸플릿을 작성했고, 반유태주의 모임에 참석하여 연설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적은 그로 하여금 6년간의 옥고를 치르게 하며, 전후 프랑스 법정에서 국적과 재산을 박탈당하게 하고, 사면된 이후에도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당한 삶 속에 그를 가둔다. 그의 과오가 사법적 판단에 의해 이토록.. 2011. 2. 16.
분노하고 행동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2011년이 열리고 나서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은 다. 가장 많이 지면에 등장한 인물은 이 책의 저자 스테판 에셀이다. 올해 그는 한국 나이로 95세에 이른다. 레지스탕스 영웅으로, 전후에는 외교관으로, 말짱한 정신과 몸을 가지고 한 세기를 살아온 이 다복한 남자는 단 13페이지의 짧은 책을 써서 3개월 만에 60만부를 팔아 치운 경이로운 사회 현상의 한가운데 서 있다. 스테판 에셀과 그의 저서 출처: www.lavie.fr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서점에 들러 책을 뒤적이던 30여분 남짓, 를 급히 사가는 사람들의 긴 행렬을 목격하면서 범상치 않은 사건이 프랑스 사회에 조용히 번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년 들어 프랑스의 모든 언론들이 특집을 앞다투어 다루면서 바야흐로 2011년은 분.. 2011.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