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카테고리의 글 목록 (7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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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108

부르디외 10주기 맞는 프랑스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사회학자라고만 부르기에 너무 뜨거운 이름, 피에르 부르디외가 그 꺼지지 않은 불씨를 프랑스 사회에 다시 뿌리고 있다. 폐암으로 사망한 지 10년.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고, 아찔한 내리막길 앞에 희망도 없이 머뭇거리는 프랑스에 ‘세계의 비참’을 말하고, 신자유주의에 격렬히 저항했던 부르디외가 다시 초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부르디외 특집을 다루고 문화센터에서는 부르디외를 다룬 영화가 상영되며 곳곳에서 토론회가 열린다. 생존 당시부터 부르디외를 언급하지 않고 사회과학 분야의 논문을 쓰는 것이 불가능했을 만큼 그가 실증해온 방대한 사회학적 연구는 한국에서조차 확고한 현대사회 분석이론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기에 10년 전 처음 프랑스에 .. 2012. 1. 31.
정신의 붕괴 끝에 받은 성적표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올 것이 드디어 오고야 말았다. 신용등급평가기관 S&P는 지난 금요일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계단 강등했다. 대선을 불과 100일 앞둔 시점. 프랑스의 신용등급 하락은 지금까지 이 나라를 거칠게 자기 방식으로 몰아붙여 온 사르코지에 대한 성적표이다. 프랑스 사회당 대표 마르틴 오브리는 “프랑스가 놓치게 된 신용등급 AAA는 2007년부터 사르코지가 실시해 온 정책에 대한 결정적 평가이며, 사르코지는 프랑스 신용등급을 하락시킨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다”며 현 상황을 일갈했고, 리베라시옹지는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이란 표제 아래 S RKOZY,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나가 쓰러져있는 A를 표지로 장식함으로써 이 사건의 함의를 명백히 했다. ‘강등(Degradatio.. 2012. 1. 17.
아프간의 작은 ‘태양극단’ 2005년. 프랑스의 전설적 연출가 아리안 므누슈킨(Ariane Mnouchkine)은 탈레반 정권에 유린당하고, 미군이 벌여놓은 전쟁으로 벌집이 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자신이 이끄는 태양극단을 데리고 날아간다. 그리고 포탄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그곳에서 100여명의 아프간 청소년들과 함께 연극 워크숍을 진행한다. 카불에 있는 아프간 국립극장은 지붕이 무너져 내리고, 벽엔 포환 자국으로 구멍이 숭숭나 있었다. 포환이 어디서 날아들지 언제 이 악몽이 끝날지 모르는 나라에서, 연극은 실신한 지 오래였다. 그러나 이 아프간 청소년들이 태양극단의 배우들과 함께 한 3주간의 경이적인 시간들이 지난 후, 이들의 가슴 속엔 또 하나의 태양이 떠올랐다. 아리안 므누슈킨은 바로 이 아이들을 데리고 아프타브극단을 탄.. 2012. 1. 3.
프랑스 우파의 꼼수 찬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지난 일요일. 파리 시내에선 외국 학생들과 불법체류자 5000여명이 정부의 이민자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분노한 외국학생들 학위따고, 취직하고, 추방당하다.’ 이들이 내건 슬로건은 지난 5월31일 내무부장관 게앙이 발표한 소위 ‘게앙 지침’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 지침은 ‘학생 신분으로 프랑스에 입국해 체류하는 경우 노동권 취득에 어떠한 특혜도 부여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마디로 외국 학생들이 학위를 딴 후, 프랑스에 눌러앉지 말고 바로 본국으로 가게 하라는 것. 이 지침이 체류증 업무를 담당하는 각 경시청으로 전달되면서 비유럽권 학생들이 체류 자격을 학생에서 취업으로 변경 신청했다가 노동허가증은 고사하고 체류증 연장마저 거부당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특.. 2011. 12. 21.
파리 지하철 ‘유일 요금제’ 한 사회가 얼마나 합리적으로 돌아가는지 알아보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그 나라 대중교통이 얼마나 편리하고 조직적으로 설계돼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달 전 다녀온 카사블랑카. 인구 300만의 대도시임에도 버스 몇대와 택시가 대중교통의 전부여서 여전히 왕이 통치하는 나라 모로코의 까마득한 민주화지수를 체감할 수 있었다. 10여년 전 처음 파리에 왔을 때, 손바닥만한 파리시내(서울의 4분의 1)를 물샐 틈 없이 연결하는 14개의 지하철 노선으로 시내 어디든 갈 수 있어 탄복했던 기억이 있다. 버스들도 난폭운전 없이 부드럽게 움직여서 여유가 있을 땐 버스를 타고 시내구경을 하는 일도 큰 즐거움이고 파리시내를 통과하는 5개 노선의 장거리 시외선(RER)이 있어, 베르사유궁 같은 외곽도 지하철 티켓 한 장이면.. 2011. 12. 6.
에바 졸리, 원전 감축의 ‘녹색요정’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의존국 프랑스가 비로소 탈핵으로 가는 첫 궤도에 들어서게 됐다. 지난 주, 프랑스 사회당과 녹색당이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공조에 합의한 것이다. 이들은 2025년까지 원자로 24기를 폐쇄해 프랑스의 원전 의존도를 현재의 75% 수준에서 50%까지 낮추기로 했다. 비록 원전의 전면 폐쇄를 주장해 온 녹색당의 기존 입장에서는 크게 후퇴한 것이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변함없이 기존의 원자력 에너지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천명해 온 프랑스가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의미심장한 합의임에는 분명하다. 물론 이들의 합의가 발효되려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의 62%가 원자력 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를 원하며, 원.. 2011. 11. 22.
거리서 출산하고 아이 잃은 노숙 여인 지난주, 파리14구의 평화롭고 부유한 주택가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한 30대 여인이 거리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는 태어난 지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산모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소방차도 응급구조대도 오지 않았다. 결국 아기는 어떤 사회적 손길도 받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20061220 |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생 마르탱 운하를 따라 세워진 텐트에서 '노숙자 체험'을 하고 있다. 이번 주 내내 계속될 이번 행사는 한 형제가 내년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노숙자 문제가 무시되지 않길 바라는 의미에서 시작한 것으로 노숙자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려는 많은 시민들이 안락한 생활을 잠시 버리고 동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 경향신문DB 처음 이 소식.. 2011. 11. 9.
욕망의 주체가 되지 못한 두 여인 며칠 전, 파리 마레지구를 가로지르는 프랑 부르주아 거리를 친구와 함께 지나고 있었다. 앞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중년여인이 양손에 쇼핑백을 든 채 걸어온다.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의 절반을 가렸건만, 고단한 삶에 질식당한 자의 소리없는 비명이 흘러나오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마치 철인3종 경기의 마지막 레이스를 간신히 달리고 있기라도 하듯 지치고 괴롭지만, 이를 악물고 터벅터벅 길을 걷던 그 여자의 이름은 안 싱클레어. 이제는 세계적인 난봉꾼으로 전락한 국제통화기금(IMF) 전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의 아내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누구의 아내로 불리진 않았다. 1980년대 프랑스 국영방송국 TF1에서 정치인들을 초대해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면서 강렬한 푸른 눈빛과 정곡을 찌.. 2011. 10. 26.
돈 내고 선거를 하는 이유 내년 대선을 위한 프랑스 사회당의 국민경선 1차투표가 지난 일요일 치러졌다. 사회당원을 비롯해 내년 5월 대선 때, 만 18세 이상인 모든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고, 사회당원인 경우 16세부터 참여할 수 있다. 재미있는 건 1유로의 선거비용을 내고 “당신은 좌파의 가치를 인정하는가”라는 질문에 동의해야 투표할 수 있다는 것. 찬비가 오락가락하던 일요일, 프랑스 최초로 치러지는 기묘한 민주주의 실험에 참가한 사람은 250만명이었다. 흥행 대성공이다. 사회당은 이 날 그들이 선거비용으로 예상했던 금액 350만유로를 거둬들였다.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 프랑수와 올랑드 1위(41%), 마르틴 오브리가 2위(29%)를 차지해 2차 경선을 하게 됐다. 그런데 언론이 주목한 이 날 경선의 스타는 제3의 인물 아르노 몽.. 2011.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