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카테고리의 글 목록 (8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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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108

프랑스 국가부채의 진실 6년 전, 학생이 아닌 프랑스 국적을 가진 아이 엄마의 자격으로 처음 체류증을 받고서 일종의 시민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프랑스 정부 예산 가운데 국가부채의 이자를 갚는 데만 12%가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이렇게 쉽게 외화를 버는 나라에서 어쩌자고 살림살이를 이런 식으로 할까 싶더니만, 지금 프랑스 사회를 사로잡는 핵심 화두는 ‘국가부채’다. 프랑스의 2010년 GDP 대비 부채비율은 82.3%로 신용등급 AAA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내년 5월로 다가온 대선에서도 핵심 논점은 이 부채에 대한 대안으로 집중될 것이다. 집권당인 UMP,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사회당 모두 그 해결책을 공공예산의 ‘긴축’에서 찾는다. 마치 이 모든 재앙의 근거가 방만하게 운영돼 왔.. 2011. 9. 27.
여자는 아직도 세상의 검둥이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이 지옥에서 생환했다. 무죄도 유죄도 아닌 채로. 담당검사가 기소를 포기함으로써 사건의 명확한 법적 진실은 미궁에 봉해졌다. “두 사람 사이에 성관계가, 그것도 매우 성급히 진행된 성관계가 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강제성이 개입되었는지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 검사가 기소를 취하하는 이유로 제출한 보고서의 핵심이다. 호텔 청소직원이 스트로스 칸의 방에 머문 시간은 7분. 7분 만에 이루어진 성관계가 강제적이지 않았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해 보인다. 그것이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면, 누군가는 처음 본 여자를 유혹하고, 자발적으로 성관계에 참여하게 해, 사정까지 마치는 데 7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입증해 주어야 할 것이다. 자유의 몸이 되자 마치 이제 자.. 2011. 8. 31.
동성애에 대한 시선과 편견 9월 시작되는 새학기부터 프랑스 중·고생들이 공부할 자연과학 교재에 동성애에 대한 항목이 실려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남자 혹은 여자가 되기’라는 제목의 장에서 동성애는 하나의 사적 취향의 문제로 규정된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남자 혹은 여자로 태어나나, 개개인의 성적 취향은 살아가면서 달라질 수 있으며, 대다수 사람들이 이성애자인 반면, 인구 중 일정 수는 동성애 혹은 양성애의 성적 취향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사람은 각자 처한 환경과 받은 교육에 따라 각자 다른 방식으로 남자가 되고 여자가 되며, 성적 취향에 문화사회적 영향이 크게 작용함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1970년 함부르크에서 성혁명의 바람이 크게 불었을 때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동성애 취향을 가진 이들이 18%였던.. 2011. 8. 17.
한국 수해를 보는 르몽드의 시선 파리지엥들이 바캉스를 보내기 위해 우르르 빠져나간 파리는 지도와 가이드 책자를 들고 두리번거리는 관광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심각했던 가뭄을 해소하긴 했지만, 마치 장마라도 시작된 듯 서늘하고 축축하여 여행자들을 우울하게 하던 7월이 지난 후, 반짝, 여름다운 더위가 찾아든 오늘(8·2) 르몽드는 한국의 수해를 다루고 있다. 수해가 몰고 온 정치권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27일 경기 광주시 모현면 초부리에서 폭우로 고립돼 공장에 모여 있던 주민들을 헬기로 구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경향신문DB 매년 심각한 비 피해가 이어져왔고,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로 그 피해가 한층 심각해짐에도, 정부 당국은 시종일관 안이함과 무방비로 대처해 왔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2011. 8. 7.
외규장각 반환 숨은 공신 자크 랑 지난 10여년간, 프랑스와 관련한 거의 모든 기사에는 ‘외규장각 도서나 빨리 내놓으라’는 댓글이 언제나 달려있었다. 프랑스가 반환을 약속하고도 18년간 지키지 않았던 탓에, 외규장각 도서는 온 국민의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고문서가 되었고, 이로 인해 프랑스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 한 구석에는 뻔뻔한 제국주의자에 대한 인상이 새겨지게 됐다. 한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프랑스인이라면 이 반환되지 않는 도서가 프랑스를 향한 반감을 얼마나 줄기차게 생산해 내는지, 반환 없이는 프랑스에 박힌 미운 털이 뽑힐 수 없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세월 해결을 보지 못했던 것은, 약탈한 문화재 반환이 제국주의의 약탈로 구축된 그들의 문화재 창고가 공중분해될 수도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건.. 2011. 7. 22.
프랑스 대선, 그리고 계급투쟁 프랑스 대선 레이스가 불붙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7개월 앞선 내년 5월 대선을 향한 레이스의 불을 당긴 건 프랑스 사회당의 대선후보 경선이다. 사회당은 프랑스 최초로 당원과 당 지지자들이 참여하는 미국식 당내 경선 레이스를 통해 대선후보를 경선하기로 했다. 14명의 후보가 등록한 가운데, 유력한 세명의 후보는 현 당대표 마르틴 오브리, 지난 대선후보 세골렌 루아얄, 그리고 전 당대표 프랑수아 올랑드다. 이들은 가상 대결에서 모두 사르코지를 5~10% 내외로 따돌리고 승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사회당 경선이 내년 대선에서 갖는 의미는 막중하다. A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스트로스 칸이 가택연금에서 풀려나오고 피해자의 진술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사회당 경선 자체를 미루자는 의견까지 성급히 제기됐다. .. 2011. 7. 11.
‘교실의 벽’ 사이에서 체벌금지가 시행된 후, 우리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돌발적인 사고들이 경쟁적으로 보도되면서, 체벌 없인 안된다는 성급한 여론조성이 성공을 거두는 모습들을 목격한다. 마치 독재시절에 대한 향수를 드러내는 듯한 그 광경을 보면서, 프랑스영화 (원제 entre les murs, 벽 사이에서)를 떠올렸다. 영화 클래스 중 한 장면 | 경향신문 DB 2008년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탔고, 지난해 국내에 개봉되기도 했던, 로랑 캉테 감독의 이 영화는 파리의 한 중학교를 배경으로 교육현장의 고단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다큐형식의 영화다. 이민자들이 유독 많이 사는 동네. 교사의 말에 순종해야 하는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하며, 다듬어지지 않은 자아만 무성한 아이들과 프랑스어 선생 마랭은 새학기를 시작한다. 이성적이면서.. 2011. 6. 24.
K팝, 프랑스 청소년들과 ‘열정’ 통했다 한국 대중가요계를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로 전복시킨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아이돌 그룹의 합동콘서트를 파리 제니트(대중가수 전용콘서트홀)에서 갖는다. 15분 만에 표가 매진되고, 팬들이 드골 공항에서 열렬하게 스타들을 맞이했으며, 르몽드와 르피가로지가 이들의 콘서트를 비중있는 기사로 다뤘다는데 흥분한 한국언론들은 일제히 ‘한류의 유럽시장 정복’을 알렸다. 프랑스에서 7년반 동안 만난, 한국문화에 눈을 반짝이는 프랑스 사람들은 하나같이 한국영화를 보고 매혹된 사람들이었다. 미국영화에 주도되어온 전 세계 영화시장에 역동적이고 강렬한 생명력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한국영화의 등장은 전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특히 칸영화제와의 인연은 각별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영화인들이 미국식 .. 2011. 6. 11.
성추행보다 더 얄미운 ‘마초이즘’ 뉴욕의 한 호텔에서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승리에 가장 가까이 가 있었던 남자가 강간미수혐의로 체포됐다. 이 명백한 정치적 자살행위는 차분하고 한가로운 프랑스 일요일 아침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사건 직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프랑스인들의 65%는 재판결과와 무관하게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DSK)의 대선은 물건너갔다고 답함으로써 사건이 던진 거대한 파장을 입증했다. 발생 후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뉴스의 중심에서 밀려나지 않은 이 사건은 다양한 방식으로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다. 내년 대선 승리를 거의 다 손에 쥐었다고 믿어왔던 사회당에선 이 사건을 프랑스인 전체의 재앙으로 받아들였다. 차가운 감옥에 처참하게 갇혀있는 그를 향한 ‘연대’의 충정을 서둘러 표했고, 그의 가족을 향한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프랑.. 2011.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