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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578

[여적]샌더스가 남긴 것 미국에서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1910년대였다. 하지만 반짝했을 뿐 역사적으로 사회주의가 미국에서 견실하게 뿌리내린 적은 없었다. 아마도 서구의 발달된 산업국가 중 사회주의가 주요 정당의 강령으로 자리 잡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미국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해 4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 뛰어들었을 때 힐러리 클린턴은 누가 봐도 벅찬 상대였다. 미국 북동부의 작은 주 버몬트를 정치무대로 삼아 평생 비주류의 길을 걸어온 샌더스는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고 22개주 경선에서 클린턴을 이겼다. 그의 지지가 없다면 클린턴은 본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없을지 모른다. 14일 워싱턴DC 프라이머리가 마무리되며 135일간 펼쳐진 클.. 2016. 6. 16.
스톤월에서 올랜도까지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의 펄스 클럽 총격 사건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총격범이 겨냥한 곳은 단순한 나이트클럽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생각을 나누며 시민적 권리를 주장하는 연대와 주체화의 장소였다.” 어둠 속에서 밤새 마시고 떠들고 춤추는 나이트클럽은 어떻게 “연대와 주체화의 장소”가 될 수 있었을까? 주간지 ‘더네이션’ 편집국장 리처드 김은 “부디 음악을 멈추지 말아주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게이바는 치료를 부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치료이고, 종교를 잃어버리거나 종교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에게는 성소이며, 가족 없는 사람들에게는 집이다.” 이번 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아프가니스탄계 이민자 집안의 한 젊은이가 한 행동이다. 하지만 이.. 2016. 6. 15.
씁쓸한 ‘오코노미야키’ 뒷맛 일본 히로시마(廣島)는 ‘오코노미야키(お好み燒き)’로 유명한 곳이다. ‘오코노미야키’라는 말은 자기가 좋아하는 재료를 자유롭게 넣어 부쳐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 음식은 우리나라의 부침개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넣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 뿌려 먹는 소스(양념)의 맛 등은 상당 부분 다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히로시마에 가 있는 동안 오코노미야키를 매일 먹었다. 바쁜 일정 속에 빨리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서 주문하면 바로 음식이 나오는 것이 큰 매력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다녀간 지난 27일 밤에는 히로시마의 명소로 ‘오코노미야키 골목’을 뜻하는 ‘오코노미야키무라(村)’를 찾았다. 오코노미야키로 늦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 2016. 6. 1.
정신 바짝 차린 일본 어린 시절 당연히 한국에서 만든 것으로 여기고 본 등 유명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일본제였다. 이런 사실을 나중에 알고 내가 느꼈던 배신감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학창 시절 읽은 상당수 서양 문학 작품이 일본어로 먼저 번역됐다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TV 등 가전제품은 일제가 최고였다. 삼성전자나 금성사(LG)의 TV가 일반적일 때 소니TV가 있는 집에 가면 기가 죽곤 했다. 당시 소니TV는 요즘 독일제 자동차 이상의 고급스러움으로 다가왔다. 2003~2004년 일본에서 생활할 때 일본 가전제품 매장에서 한국의 TV나 냉장고, 세탁기가 싸구려 특판행사에나 나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쓰렸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일본에서 드라마 , 그러니까 가 크게 히트.. 2016. 5. 10.
지진과 일본인 3박4일이었지만, 정말로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지진은 하루에도 100차례 이상 반복됐다. 진동이 심할 때는 땅바닥에 앉아 기사를 써야 했다. 잠을 이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처음에는 익숙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지진은 아무리 해도 내 몸과 친화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더 어지러웠고, 공포는 커졌다. 빨리 현장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의 일본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늘 웃음을 잃지 않았고, 멀리 이국 땅에서 온 취재진들을 반갑게 맞아줬다. 집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한 노부부는 슬픔을 애써 삼키면서 지진 당시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현장에서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랬다. 그들은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고, 모든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피난소.. 2016. 4. 19.
[특파원칼럼]샌더스와 역사의 큰 흐름 “샌더스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정부가 되려는 것인가?” 미국 대선의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며칠 앞두고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CNN 방송 진행자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물었다. 샌더스의 복지, 교육 공약들을 실현하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하고, 정책 집행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 확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샌더스는 ‘그렇다’고 답하는 대신 맥락을 설명했다. 미국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대공황기인 1928년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 중산층, 노동계급 복지 강화를 위해 월가와 거대 기업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행자는 ‘예, 아니요’의 대답을 요구하며 집요하게 ‘큰 정부’란 말을 끌어내려고 했다. 샌더스는 넘어가지 않고, 대신 이렇게 말했다. “그런 게 나에 대한 비판이.. 2016. 4. 12.
[여적]중국의 언론검열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던 시절 한·중 언론인 교류 행사에 참석했다가 20대 평론원(우리의 논설위원격)을 만난 적이 있다. 통상 수습기자 생활을 마친 후 취재부서로 배치받는 국내 언론계 풍토에서 보면 매우 이례적이어서 처음에는 의아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논조는 공산당의 방침을 따르면 되고 민감한 사안은 보도지침이 내려오니 20대 논설위원이 가능하겠구나’라며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중국 공무원들은 좀처럼 외국 언론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가뭄에 콩 나듯이 열리는 고위 공직자들의 기자회견은 사실상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질문에 대한 사전 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국 주재 외국 기자들은 중국 외교부에서 매년 심사를 받아 기자증을 재발급받아야 한다. 중국 공산혁명을 이끈 마오쩌둥(毛澤東)은.. 2016. 3. 30.
‘두 얼굴’의 일본 계적으로 일본은 ‘치안이 좋은 나라’로 꼽힌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들은 심야에도 별다른 걱정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일본의 거리를 좋은 점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의 치안이 실제로 좋기만 할까. 요즘 벌어지는 야쿠자(폭력조직) 사이의 분쟁 상황을 안다면, ‘치안이 좋은 일본’이라는 말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바라기(茨城)현 미토(水戶)시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최근 경찰관·교직원·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집단등교를 했다. 통학로에 위치한 야쿠자의 사무실에서 조직 간 충돌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조직의 사무실 건물에서는 5개의 총탄 흔적이 발견됐고, 일부 총탄은 유리를 관통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주차장에서는.. 2016. 3. 29.
[특파원칼럼]트럼프의 ‘좋았던 옛 시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인기를 얻는 요인 중 하나는 ‘좋았던 옛 시절(good old days)’에 대한 향수이다. 트럼프 스스로 그 좋았던 옛 시절을 자주 언급한다. 그는 최근 한 유세에서 흑인 시위대가 경찰에 끌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좋았던 옛 시절에는 법 집행이 이보다 더 신속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요즘은 모두가 정치적 올바름을 중시한다. 우리나라는 완전 지옥이 되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 때문이다.” 또 다른 유세에서도 그는 시위대가 끌려나가자 “옛날에는 저런 사람들은 걸어나가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갔다. 그냥 얼굴에 펀치를 한 방 먹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백인인 청중들에게는 이런 얘기가 그렇게 통쾌한 모양이다. 무엇이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을 기괴하게 만들어 버렸을.. 2016.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