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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578

‘위안부’ 합의 연출자, 미국 ‘윤병세-기시다 합의’ 직후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미국 정부 입장을 전화회의 방식으로 언론에 설명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기뻐하는 미국 정부의 표정은 전화 너머로도 느낄 수 있었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는데 시민단체나 피해자 본인들이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영향을 받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나는 국무부 당국자가 ‘양국 정부와 시민들이 결정할 문제’라 대답하고 그칠 줄 알았다. 의외로 답변이 계속 이어졌다. “민주적인 두 정부가 합의한 어떠한 것도 표현·집회의 자유라는 보편적 인권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기념비적인 합의의 중요성을 양국 시민들이 놓쳐서는 안되고, 양국 화해를 독려하고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자극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줘야 .. 2016. 1. 5.
[특파원칼럼] 한국의 삼권분립은 어디에 신문은 물론 책도 읽기 어려울 정도로 붐비는 일본의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요즘 들어 읽을거리가 특히 풍성해진 경향신문의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재미는 색다르다. 특히 기생충학자 서민 교수의 글은 ‘모태 서민’인 나에게 큰 감동과 재미를 준다. 언제나 조용하기만 한 일본의 지하철에서 그의 글을 읽다가 웃음을 터뜨려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은 적도 있다. 얼마 전에는 서민 교수의 ‘당연한 일에 감동하는 사회’라는 글을 읽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삼권분립’을 내세우는 것은 몸이 아파 병원에 온 사람을 의사가 진료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인데도 여기에 감동하는 우리 사회를 이야기한 글이었다. 이 글을 읽다가, 이 ‘당연’이라는 말에 나의 눈과 마음이 한참 멈춰섰다.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2015. 12. 29.
중국 재벌의 홍콩 언론 인수 홍콩은 중국 주권이 미치는 땅이지만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따라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 시내 가판대나 서점에서는 중국 권부의 얘기를 다룬, 눈이 휘둥그레지는 기사를 실은 잡지들이 버젓이 판매된다. 최고 지도자들의 건강문제까지 과감하게 기사화할 정도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기사도 많지만 홍콩이 누리는 언론자유가 충만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민감한 내용을 담은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의 사후 회고록 도 홍콩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중국어 신문 명보(明報)는 홍콩에서 가장 신뢰받는 매체에 속한다. 중국의 인권과 정치에 성역 없는 비판을 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매체로 보도의 정확성도 높다. 홍콩 식자층은 물론 외국인들이 중국을 비교적 소.. 2015. 12. 22.
샌더스는 끝났는가 “주류 언론들이 버니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것이 느껴져요.” 버니 샌더스 지지자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는 간호사 레슬리 크레이거를 다시 마주친 것은 열흘쯤 전 크리스마스트리를 사기 위해 들른 동네 벼룩시장에서였다. 크레이거는 비싼 의료비와 간호사들의 노동조건을 비판하며 샌더스를 지지한다. 지난 10월 중순 민주당 첫 TV토론회가 펼쳐지던 날 밤 자신의 집에서 ‘하우스파티’를 열 당시의 그는 들뜬 열의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이제는 좀 화가 나 있는 듯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그의 불만에 근거가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나왔다. 미국 3대 방송사(ABC, CBS, NBC)의 황금시간대 뉴스를 모니터하는 블로그 ‘틴달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 3사가 지난 1년간 메인뉴스에서 트럼프를 별도 꼭지로 다룬 시간은 모두.. 2015. 12. 15.
일본과 고래와 국제법 지난해 4월 일본 지바(千葉)현의 최남단 미나미보소(南房總)시에 있는 와다(和田)마을에 다녀온 적이 있다. 와다마을은 일본의 4대 고래잡이 기지 가운데 한 곳이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일본의 고래잡이(조사포경)는 과학적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포경의 중지를 요구하는 판결을 내린 직후여서 마을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마을 관문인 JR와다우라(和田浦)역에는 ‘일본에서는 기원전 2세기부터 포경이 시작됐다’는 내용의 안내판과 고래 관련 사진 등이 많이 전시돼 있었다. 거기에서 만난 상당수 일본인은 자신들이 고래잡이를 하고, 고래고기를 먹는 것은 대대로 이어온 전통이자 고유의 식문화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ICJ의 판결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ICJ의 판결은 일본의 고.. 2015. 12. 8.
[기자메모] 외신 비판에 마구잡이 ‘반론’ 요구…추락하는 외교의 ‘격’ 뉴욕총영사관 관계자는 6일(현지시간)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비판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주간지 더네이션의 보도에 반론 게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두 언론사와 반론문 게재를 협의하고 있다”며 “만나서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싶었는데, 더네이션 쪽에서 e메일로 보내주면 게재를 검토해보겠다고 해서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팀 셔록 기자는 지난 1일 더네이션 블로그에 올린 ‘한국에서 독재자의 딸이 노동을 탄압하다’라는 글에서 박근혜 정부가 노동자와 농민들의 정당한 집회를 과도하게 탄압하고 재벌이 원하는 노동시장 개혁을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셔록 기자는 7일 통화에서 “그들은 편집자에게 내 기사의 사실관계가 틀렸는지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고 기사가.. 2015. 12. 7.
공부론(共富論)의 부상 중국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농촌 주민들의 생활을 얘기할 때 “소금이 있는데 간장은 뭐하러 사?”라는 말이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적이 있다. 구이저우(貴州)성의 한 빈농이 했던 말로 기억된다. 주중 미국대사를 지낸 화교 출신의 게리 로크는 지난해 2월 이임을 앞두고 “베이징 같은 대도시는 중국을 대표할 수 없다”면서 “외딴 지역의 작은 마을들을 방문해야 중국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농촌에서 정부가 정한 빈곤선인 연간 2300위안(약 41만원)을 밑도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인구는 7017만명으로 남북한을 합친 수와 맞먹는다. 중국에서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이 최근 화두로 떠올랐다. 개혁·개방에 따른 경제 성장의 과실을 공동으로 누리자는 말이다. 지난 10월 하순 열린 공산당 제18기 중앙.. 2015. 12. 1.
공포와 근대국가라는 쌍생아 1588년 어느 날 영국 서남부의 맘스버리라는 내륙 시골마을에서 한 여성이 스페인 무적함대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놀라 아기를 조산했다. 아기는 훗날 “나와 공포(fear)는 쌍둥이로 태어났다”고 한 토머스 홉스다. 홉스는 ‘길 가다가 누가 뒤에서 돌로 내려치면 어떡하나’ 같은 상상에서 시작해 평생 공포를 생각하며 살았다. 그에게 가장 큰 공포를 안겨준 것은 영국 왕당파와 공화파의 내전이었다. 안정적 정치체제가 필요했고, 결과물이 이다. 시민들의 계약에 의한 근대 주권국가 개념은 결국 공포와 함께 태어난 셈이다. 다시 공포가 배회하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벨기에에서 테러 모의가 적발돼 거리가 온통 얼어붙고,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연휴를 앞둔 미국 대도시 행인들의 표정에서도 두려움을 읽을 수 있다. .. 2015. 11. 24.
‘종횡무진’ 시진핑의 고민 베이징에서 ‘중국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열린 국제포럼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일 저녁 베이징 특파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중국 외교의 고민을 전했다. 박 시장은 푸잉(傅瑩)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의 말이라며 “이분이 아주 우아하게 영어로 잘 설명했는데 실제로는 중국 외교의 큰 고민들을 눈치채게 됐다”고 했다. 푸 주임은 외교부 부부장(차관) 출신으로 중국 외교에서 늘 ‘여성 최초’란 수식어를 달고 다닌 베테랑 외교관이다. 박 시장은 “그가 현존하는 세계질서를 제대로 존중하고 참여하겠다고 하면서도 현존하는 세계질서라는 것이 결국은 중국을 배제하는 게 아니냐, 이런 관점의 미묘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푸 주임이 미국과 정직한 대화가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2015.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