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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578

공무원과 정육점 “펜으로 쓰는 건 모두 진실일 수 없지만 칼은 한 근이면 한 근, 두 근이면 두 근, 정확한 양을 썰어내죠. 칼은 공평하고 통쾌해요.” ‘베이징대 출신 정육점 주인’으로 유명한 루부쉬안(陸步軒)이 12년간의 공무원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스스로 관둔 그가 돌아간 곳은 취업을 못했을 때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정육점이었다. 의외의 선택을 한 루부쉬안은 한 인터뷰에서 칼을 든 직업(정육점)과 펜을 든 직업(공무원)의 차이점으로 ‘공평’과 ‘통쾌’를 꼽았다. 루부쉬안이 고학력 취업난을 대표하는 이름이 된 것은 2003년이다. 1985년 고향인 산시성 창안현(현 창안구)에서 대입시험 문과 수석을 차지한 그는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학 중문과에 입학했다. 베이징에 남아 ‘펜’을 계속 잡고 싶었지만.. 2016. 10. 26.
“폴 라이언은 친이슬람”…대선판 망치는 ‘미국판 색깔론’ “그녀(클린턴)보다는 천치(트럼프)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우편투표로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찍었다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스티브 윌리엄스(70)는 “30년 동안 미국은 여러 측면에서 나빠졌고, 거기에 책임질 사람들이 표를 달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 세대로 갈수록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그 이유로 ‘이민자의 권리를 내국인들과 동일시하는 엘리트 정치인들’을 들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지만 40%에 가까운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한다. 트럼프를 위해 발 벗고 뛰는 온라인 매체 브라이트바트는 22일(현지시간)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친이슬람적인 이민 정책을 이끄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이 매체는 공화당 소속 라이언 의장이 사실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 2016. 10. 24.
오바마의 실패에서 배울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직원들의 아기를 어르는 사진을 보노라면 그의 소탈한 이미지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지적이고, 사회문화적 진보 성향인 오바마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임기 말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중요한 어떤 측면에서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일본 등 12개국이 타결한 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오바마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의 핵심이라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FTA에 대한 반감이 강한 상황에서 TPP 처리는 불투명하다. 2008년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섰던 노조, 환경단체들은 실망을 표하며 상당수 돌아섰다. 엘리자베스 워.. 2016. 10. 19.
청춘을 돌려주자 일본을 상징하는 거리 풍경이 있다. 매년 4월1일과 10월1일, 일본의 거리는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4월1일을 전후해 상당수 회사와 기관에서는 신입사원들의 ‘입사식’이 열린다. 새내기 사회인들은 이날 주로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집을 나선다. 아침 출근길, 그들의 얼굴이 미래에 대한 기대와 그에 따른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그날 저녁 거리도 우르르 몰려다니는 신입사원들로 북적거린다. 10월1일 전후에도 정장 차림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이른바 ‘내정식’을 마친 사람들이다. 상당수 일본 기업들은 이듬해 4월1일부터 일할 신입사원을 6개월 전에 확정하는데 이를 ‘내정’이라고 한다. 입사 예정자들을 불러다 놓고 개최하는 ‘예비 입사식’이 바로 내정식이다. 봄부터 이어진 ‘슈.. 2016. 10. 12.
NYT “역사상 가장 천박한 토론”…패자는 결국 유권자 대선을 한 달 앞둔 결정적 시점에 열린 미국의 2차 대선후보 TV토론이 진흙탕 싸움으로 추락했다. 타운홀 방식으로 9일(현지시간) 열린 토론은 미국 대선전의 백미이자, 미국식 민주주의의 장점을 보여줄 최고의 기회였다. 하지만 TV토론은 사상 유례없는 싸구려 쇼로 전락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성추행 자랑’ 발언을 방어하기 위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들고나온 게 원인이었다. 이날 오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토론은 시작부터 불편한 분위기가 확연했다. 무대에 올라온 두 후보는 악수도 없이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토론 전반전은 ‘트럼프 테이프’가 차지했다. 시민 패널의 첫 질문 후 사회자인 CNN 앵커 앤더슨 쿠퍼가 트럼프에게 “여성을.. 2016. 10. 11.
사업가와 대통령 그는 성공한 사업가다. 부동산 개발이 전공 분야다. 온 국민이 그의 성공 스토리를 부러워했다. 그는 TV가 만든 스타다. 성공 스토리가 TV로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호감도는 크게 올라갔다. 그는 정치권 진출을 꾸준히 추진했지만 기성 정치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보수정당의 막강한 인물들을 꺾고 대선후보가 됐다. 그는 여론의 힘으로 당원들의 벽을 넘었다. 정통 보수정당의 정치인과 당원 중에는 끝내 그를 대선후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는 도덕적 흠결이 많았다. 그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전 국민의 관심사이자 미스터리였다. 당연히 탈세 의혹 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불법은 없었다며 그를 옹호했다. 그는 고상하게 말하지 않았다. 직설적이고 그래서 실언도 잦았다. 저급한 여성 비.. 2016. 10. 5.
‘식칼 실명제’ 베이징의 웬만한 슈퍼마켓에서는 식칼을 팔지 않는다. 식칼을 판매하는 일부 대형 마트에서도 비닐로 몇 겹씩 포장해 두고 함부로 꺼낼 수 없게 진열한다. 베이징에서 식칼은 아무 데서나 팔 수도, 아무나 살 수도 없는 금지품목이다. 시 당국이 범죄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2년부터 식칼 실명제를 실시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칼을 사려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 신분증이 있어도 정신이상자나 미성년자는 구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저우시도 2010년부터 식칼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흔히들 가짜가 판치는 중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이름’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자금성(紫禁城)’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고궁(古宮)에 입장할 때도 신분증.. 2016. 9. 28.
[손제민의 워싱턴 리포트]유령계좌와 깡통계좌 미국 은행에서 볼일을 보다보면 마지막 순간에 창구 직원들이 꺼내는 얘기가 있다. 새 계좌를 만들면 100달러를 넣어주겠다는 것이다. 다른 의무는 없고 일정 금액 이상만 유지하면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고 했다. 100달러를 거저 준다는 말에 잠시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너무 적극적으로 판촉하는 것이 미심쩍기도 했고, 많지도 않은 돈을 이곳저곳 나눠 담는 것이 귀찮기도 해서 정중히 사양하고 나온다. 최근에 은행 직원들이 왜 그렇게 절실하게 판촉을 했는지 궁금증이 풀렸다. 미국의 3대 은행 웰스파고 은행의 ‘유령계좌’ 파문 때문이다. 이 사건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회사들이 얼마나 금융 노동자들을 닦달했는지 잘 보여준다. 웰스파고는 최근 몇년 동안 직원들에게 공격적인 판촉 실적 경쟁을 강요했고, 기.. 2016. 9. 22.
강정, 밀양, 성주, 다코타 5~6년쯤 전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한 대학교수와 사석에서 논쟁을 한 적이 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주도적으로 입안한 전문가다. 그의 논리는 중국의 부상에 대비해 해군의 투사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제주에 군항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일변도로 가는 바람에 이 군항이 미국의 중국 견제의 최전선으로 인식되면서 당초 의도가 왜곡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기지가 필요하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나는 안보 프레임 안에서 그의 주장을 논박할 능력이 없었다. 다만 이런 얘기를 했다. 세상을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기지 건설이 정당화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지 않으냐. 당신 스스로 말하듯이 “진보적.. 2016.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