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카테고리의 글 목록 (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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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144

감염병 세계화 시대, 한국의 선택 감염병은 대중에게는 공포이지만 정권에는 위기다. 관료제는 돌발적 위기 대응에 효율적이지 않아서 어느 나라든 위기가 닥치면 정부가 비난을 받기 쉽다. 정권의 위기감은 외교의 기조를 바꾼다. 국내정치와 외교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전염병이라는 보건의학적 이슈는 이처럼 정치라는 경로를 통해서 외교의 영역으로 침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내놓은 가장 쉬운 선택은 입국제한이다. 대중의 공포와 정권의 위기 앞에서 외교적 관례나 국제예양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봉쇄는 감염병을 지연시킬 뿐 궁극적 대책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잡아야 하는 정권의 입장에서는 제한적 조치라도 마다하기 어렵다. 코로나19 감염국에 대한 입국제한이 바이러스보.. 2020. 3. 13.
문재인 정부의 ‘트럼프 중동평화구상’ 논평 유감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중동평화구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래 공들인 결과물이다. 트럼프 구상의 골자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으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의 주권을 인정하고, 예루살렘을 온전히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도록 하고 이를 받아들일 경우 10년간 50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 구상은 불법을 힘으로 합법화하려는, 중동에 평화가 아닌 혼란과 충돌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하고 부당한 시도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대해서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유지해온 원칙이 있다. 1960년대부터 무수히 만들어진 안보리결의, 유엔총회 결의는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확장한 영토가 불법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 2020. 2. 14.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왜 성공하지 못했나 2018년 1월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표명하면서 예기치 않게 시동이 걸렸던 한반도 평화정착프로세스가 2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던 김 위원장은 이제 더 이상 핵·미사일 실험 유예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대화 복원이나 진전은 고사하고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세계적 관심과 기대 속에 시작됐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좌초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각양의 진단과 분석이 존재한다. 그러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북한은 물론 미국·한국 등 대화 과정에 참여했던 모든 플레이어들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가장 핵심적이.. 2020. 1. 17.
진영 논리 탈피 못하면 한국 외교 미래 없다 최근 주한 외국공관의 한 외교관과 사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외교적 상황에 대해 맥락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그가 내린 결론은 “내가 한국의 외교관이 아닌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한국 외교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이 그만큼 크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 상황이 그렇다. 한국은 세계 최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또한 냉전시대부터 이어져온 분단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중 패권경쟁으로 비롯된 ‘신냉전’ 기류의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한국만큼 복잡하고 중층적인 외교적 난제를 안고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1980년대 후반 냉전 구도 해체 전까지 한국은 미국의 날개 밑에서 비교적 안온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북한이 핵개발을 생존전.. 2019. 12. 13.
박근혜 정부의 대일외교 실패, 반복하는 문재인 정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5년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를 발표하면서 과거사 문제를 반성한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소개했을 뿐 자신의 반성은 담지 않았다. 오히려 “러일전쟁은 식민지 지배하의 많은 아시아·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당당히 밝혀서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했다. 단언컨대, 아베 담화는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내놓은 과거사 관련 문건 중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아베 담화의 수많은 내용 중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한 문장만을 갖고 담화 전체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처음부터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는 일본과 외교를 못한다고 못 박았다. 위안부 문제로 한·일 갈등이 깊어지고 .. 2019. 11. 8.
다시 출발점에 선 ‘북·미 대화’ 북한과 미국이 4일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갖는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대화가 다시 이어지는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출발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실무협상은 서로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 충분히 확인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진짜 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1년이 넘도록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 실무협상이 조속히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져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에 북한 문제에서 어떤 것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는 이번 실무협상이 결정하게 된다. 국가전략노선의 대전환과 함께 모험을 시작한 북한의 운명도 여기에 걸려 있다. 예를 들면 북·미는 이번.. 2019. 10. 4.
GSOMIA 종료는 ‘준비된 조치’인가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한·일이 충돌하면서 생긴 불똥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태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GSOMIA 연장 시한을 이틀 앞두고 이 협정 종료를 결정했다. 결정 배경은 한·일 갈등과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이지만 GSOMIA 종료 결정은 한·일 갈등과는 또 다른 차원의, 그리고 한·일 갈등 못지않은 중대한 파장을 낳을 새로운 문제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GSOMIA는 사실 한·일 간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협정이 아니다. 한국은 30여개국과 GSOMIA를 체결하고 있다. GSOMIA는 국가 간에 오가는 군사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정보를 공유하도록 의무화하지 않는다. 다만 정보를 주고받을 때 .. 2019. 8. 23.
INF 폐기한 미국의 의도와 한반도의 운명 1987년 12월8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백악관에서 군축 역사의 기념비적 합의문에 서명했다. 사거리 500~5500㎞의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을 생산·보유·실험하지 않기로 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다. 냉전 종식의 신호탄이었다. 이 조약에 따라 1991년까지 모두 2700기의 미사일이 폐기됐다. 소련 해체 이후에도 러시아는 이 조약을 승계했다. ‘핵군축의 골드스탠더드’라는 평가와 함께 가장 성공적 핵군축 사례로 꼽히던 INF가 2일(현지시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국은 지난 2월2일 국무부 성명을 통해 INF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도 같은 날 즉각 탈퇴 선언으로 맞받았다. 그리고 6개월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이날부터 ‘포스트 INF’ 시.. 2019. 8. 2.
‘강제징용 문제’ 한국 혼자 풀 수 없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최종 판결에 아직까지 공식 입장도 정하지 못한 채 안팎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무능해서만은 아니다. 판결이 나온 이상 이 문제는 ‘노답’이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의 취지대로 한·일관계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한마디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한·일관계를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에서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적시하지 못한 ‘역사적 과오’를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1965년 체제가 비록 지금 한계에 도달했다고는 하나, 이미 한·일관계와 근대 한국을 형성하는 뿌리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지금에 와서 역사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을 .. 2019.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