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카테고리의 글 목록 (5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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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144

‘굿 이너프 딜’은 왜 문제인가 미국은 대북 협상을 ‘미국의 방식’으로 주도하기로 작정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보여준 태도는 1년 전 싱가포르 합의에서 나타난 신뢰구축과 관계개선, 평화체제, 비핵화로 이어지는 순차적이고 단계적인 협상에 대한 분명한 거부 의사다. 미국의 방식은 먼저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분명하게 개념을 정리해 놓고 최종단계까지 가는 로드맵을 만든 뒤 그에 따라 행동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말로는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단계적 구조의 싱가포르 합의를 대체할 ‘포괄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 같은 근본적 접근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시작부터 그랬어야 했다. 정상회담을 2차례나 하고 이미 정상 간 합의도 해놓은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2019. 4. 19.
‘하노이 노딜’은 싱가포르에서 시작됐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은 어쩌면 필연이다. 두 정상이 회담장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이한 대화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인식 차이가 하노이에서 비로소 충돌했다는 것이 직접 원인이다. ‘하노이 노딜’의 씨앗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뿌려졌다. 싱가포르 합의는 신뢰구축을 통한 새로운 관계수립-평화체제-비핵화의 순서로 정리돼 있다. 미국의 ‘선(先)비핵화’ 요구를 차단한 김정은의 승리이자, 준비 없이 회담장에 들어간 트럼프의 패배다.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다음날부터 그 합의에서 벗어날 길을 찾았다. 지난해 북·미 대화가 일시중단되고 위기를 맞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합의를 덮어버릴 새로운 합의가 필요했다. 반면 북한은 싱가.. 2019. 3. 15.
북핵협상 무용론은 무용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구체화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과 북핵 협상 무용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과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대신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결해 미국의 안보위협만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북한의 태도에는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한·미가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가 같은 개념인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는 지난해 9월 평양 공동선언은 주한미군 철수와 핵우산 철폐를 염두에 둔 표현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런 의구심들은 북핵협상 무용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과연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가... 2019. 2. 1.
톱다운 보완할 창의력·상상력이 필요하다 2018년은 한반도의 평화정착 프로세스가 시작된 의미 있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전쟁을 불사할 듯 극한 대결로 치닫던 북한과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 하나만으로도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이 같은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년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지난 1년 동안 대화 국면을 이끌어왔던 환경과 여건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합의에서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해 신뢰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비핵화에 이르게 한다는 공통의 인식을 보였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는 커다란 외교적 승리다. 외형상으로 이 합의는 미국이 줄곧 주장해온 ‘선(先) 비핵화’가 아닌, 북한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상호 신뢰 구축’에 방점을.. 2018. 12. 26.
강제징용 판결이 남긴 과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기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갖는 법적·역사적·외교적 함의는 매우 엄중하다.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과 법리적 공방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판결이어서 정부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파장과 문제점을 논하기에 앞서 일제의 조선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점을 한국의 최고법원이 명확히 재천명했다는 점이 이번 판결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 판결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온 한반도 역사의 질곡이 고스란히 드러난 ‘상징적 사건’이다. 한·일관계는 애초에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정부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고 국교를 정상화할 때 일제의 식민지.. 2018. 11. 9.
문 대통령의 자주적 결단 지난 18~20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9월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될 때 전 세계 언론은 온통 비핵화 문제에 관심을 쏟았지만, 사실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비핵화보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공동번영을 남북이 주도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는 것에 더 많은 역사적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임을 선언하고 실천 방안을 명시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사실상 ‘남북 간의 종전선언’이다. 특히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문 대통령이 15만 평양 군중에게 “나와 김 위원장은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고 확약했다”고 선언하는 장면은 70년 분단 역사에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반도 .. 2018. 9. 28.
비핵화가 먼저인가, 신뢰구축이 먼저인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선언을 역사적 의미나 상징성을 제외한 ‘북핵 협상’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논의해야 할 의제의 순서를 바꾸기로 합의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신뢰구축을 통해 북·미 간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 그 결과물로 비핵화에 이르게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전시키면 이에 상응하는 경제·정치적 조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던 그동안의 ‘선(先) 비핵화’ 논의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2008년 12월 6자회담이 중단된 이후 북한이 줄곧 요구해왔던 것이었다.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합의를 해도 이행이 안된다는 것이 증명됐으니 비핵화보다 신뢰구축을 통한 평화체제 논의를 먼저.. 2018. 8. 20.
북·미 싱가포르 합의가 불안한 이유 “만약 하수관이 터져 오물이 온 동네로 쏟아지기 시작하면 당신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하겠는가. 먼저 오물이 퍼지지 않게 펜스를 쳐야 한다. 그리고 터진 곳을 막고 펜스 안에 고인 오물을 퍼내야 한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확실히 막았는지 점검하고 재발방지 조치까지 마쳐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 북핵 6자회담이 한창이던 10여년 전 미국의 북핵담당 고위 관료가 한 말이다. 이 말은 ‘비핵화’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비핵화는 핵물질·기술 이전 차단-동결-핵무기·핵물질·장비 폐기-검증-핵 재무장 방지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완전한’ ‘비가역적인’ 등의 수식어를 앞에 주렁주렁 붙이는 것은 사족일 뿐이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CVID(완전하고 .. 2018. 7. 12.
종전선언은 누가, 언제 해야 하나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남북 정상의 합의문에 중국과 미국 등 제3국이 등장하고 이들의 역할과 시한까지 명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중과 사전에 협의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남북 모두 매우 빨리 일을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정전체제가 끝났음을 확인하는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으로 가는 로드맵을 상정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한국전쟁이 끝났음을 확인하는 정치적 선언이다... 2018.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