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카테고리의 글 목록 (1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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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144

[기자메모] ‘한국 기억상실증’ 럼즈펠드의 오진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 국방장관으로 이라크전쟁을 주도했던 도널드 럼즈펠드의 회고록이 지난 8일 출간됐다. 그는 회고록에서 2003년 방한 당시 한국의 이라크 파병 반대 여론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국이 ‘역사적 기억상실증’을 갖고 있다고 썼다. 50여년 전 미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죽어간 은혜를 망각하고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전쟁에 동참하기 꺼렸다는 것이 이유다. 한국전쟁과 이라크전쟁을 동일한 성격의 사건으로 믿고 있는 그의 역사 인식이 놀랍다. 유엔 결의를 통해 세계 각국이 자발적으로 참전한 한국전쟁과 ‘명분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같을 수는 없다. 한국이 ‘역사적 기억상실증 환자’라면 2차대전 때 미국의 도움으로 나라를 되찾았으면서도 이라크전에 동참하지 않은 프랑스에도 같.. 2011. 2. 11.
[기자메모]‘외교소식통’ 색출 전에 알아야 할 것 언론 보도에 가끔 등장하는 ‘소식통’이란 단어는 특정 사안에 정통하고 내막을 잘 아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 사안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소식통’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이 두루뭉술한 표현을 쓰는 이유는 정보를 알려준 취재원의 익명성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국 공무원 사회에는 그 소식통을 반드시 가려내 정보 유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팽배하다. 특히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을 다루는 외교통상부는 기사 내용은 둘째고 발설자 색출이 우선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을 인용한 보도가 나오면, 서울의 외교부 간부들은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이 발설자라고 곧바로 단정한다. 그리곤 담당자를 질책하고 징계한다. .. 2011. 2. 1.
[워싱턴리포트] ‘성장한 중국’ 어디로 튈까 30여년 전 중국이 계급투쟁 대신 경제성장을 목표로 개혁개방을 선언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를 적극 환영하고 지원했다. 비록 마르크스·레닌주의 등 낡은 정치이념과 공산당 영도의 일당체제를 고수하면서 경제적으로만 문을 여는 부분적 사회 개혁이었지만, 중국은 점진적인 변화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미국·유럽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로 변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 | 연합뉴스 | 경향신문DB 중국의 엄청난 경제성장으로 인해 전 세계가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기대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중국은 역사상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걸었던 것과 전혀 다른 경로로 접어들었다. 그 결과 중국은 .. 2011. 1. 24.
[기자메모]‘러시아’ 잘못 읽은 김성환 외교장관 지난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러시아는 과연 한국의 입장을 지지했을까.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러시아가 성명서 채택 과정에서 북한 규탄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특정국(중국)’의 반대로 이 성명이 채택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러시아가 보인 태도는 장관의 설명과 다르다. 러시아는 성명 초안에 연평도 포격사건을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의 사격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무력충돌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 초안은 각국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영국은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규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북한’과.. 2010. 12. 23.
[워싱턴리포트] '北정권 붕괴’만 기다리는 한국과 미국 시인 황지우는 세상에서 기다리는 것처럼 가슴 아리는 일이 없다고 했지만, 그건 아마도 간절한 바람 앞에 기다리는 것밖에 다른 수가 없고 기다려도 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느낄 때 이야기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이 머지않았다”며 북한 정권이 붕괴하기를 더 기다리겠다고 하니, 아직 가슴이 아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특단의 복안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기다리면 무너지고 항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골치아픈 북한 문제와 씨름하기 싫어 피하기만 한 오랜 세월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북한에 대한 한·미의 기다림은 오랜 전통과 뿌리가 있다. 냉전 구도가 해체되고 동구권 공산국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던 1980년대 말, 노태우 정부는 이른바 ‘북방외교’라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 2010. 12. 14.
[워싱턴리포트] 한·미 동맹의 ‘발목지뢰’ FTA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적 이득을 고려하긴 했지만 애초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시동을 걸게 한 것은 전략적 판단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무역 의존을 벗어나고 군사동맹을 축으로 한 미국과의 관계를 경제적 측면까지 확대해 입체화시키기 위해 추진한 것이 한·미 FTA다. 하지만 지금 한·미 FTA는 정치적 이유로 발목이 잡혀 재협상을 해야 하는 부메랑을 맞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FTA를 타결지으려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시도는 실패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제시한 시간과 형식에 맞춰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FTA를 타결지을 경우 국내 정치적 후폭풍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업계를 중심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조.. 2010. 11. 23.
[워싱턴리포트] 파이로프로세싱의 ‘불편한 진실’ 한국은 지금 핵폐기물 처리문제, 핵무기 전용 가능성 없이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문제, 원전수출 걸림돌 제거 등 핵 이용에 관한 여러가지 고민을 안고 있다. 그런데 한국 원자력계의 설명을 인용한 국내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문제는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의 건식처리) 방식을 도입하면 일거에 해결된다. 2014년 3월로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반드시 이 기술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전개 과정에서 말하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 2007년 이후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들과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파이로프로세싱은 여전히 핵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재처리 방식 중 하나다. 만약 허용한다 해도 국제 비확산체제를 흔드는 협정이 미국 의회 비준을 통과할 가능성은.. 2010. 11. 2.
[워싱턴리포트] 한·미 ‘북핵 대응 강화’의 모순 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지난 8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42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확장억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확장억제 정책위원회’를 제도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 확장억제의 수단으로 미국의 핵우산을 명문화한 ‘선언’이었다면, 이번 합의는 북한의 핵 위협이 실제 상황으로 발생했을 때 핵무기로 대응하는 행동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북한이 영변 핵단지 재처리시설 재가동 통보한날 평양거리를 궤도 차량이 오가고 있다 | 2008.09.25 | 로이터 연합뉴스 | 경향DB 확장억제력 강화는 국민의 안보불안 해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핵 억제를 위해 핵이 필요하다는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핵 .. 2010. 11. 1.
[기자메모]김정은 ‘관상’ 보도, 일그러진 한국언론 북한 김정은에 대한 각국 언론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북한의 후계 체제가 윤곽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또 역사상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의 시도라는 점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김정은과 관련된 각국 언론 보도의 관점은 주로 두 가지다. 국제적 질서에서 이탈한, 예측 불가능한 사실상 핵보유국의 권력 이동이 어떻게 전개되고 국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를 조명하는 기사가 있다. 다른 하나는 3대에 걸쳐 일가가 권력을 독점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도덕적 접근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에는 ‘관상’을 통한 또 하나의 접근법이 있다. 관상을 보니 성격은 치밀하나 이중적인 난폭성이 있어 폭정이 예상되고, 그가 권력을 잡게 되면 북한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식의 보도다. 굳이 관상을 살피지 않아도 북 체제상 독재.. 2010.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