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22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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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2036

불타는 산티아고 “칠레의 대학 교육은 세계에서 가장 비쌉니다. 1인당 국민소득(GNP)의 72%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어가지요.” 칠레대 경제학자 마르셀 클로드가 말했다. “모든 교육 제도의 중심축은 이윤 논리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세계은행이 지적했듯이, 대학 졸업생이 노동시장으로 나갈 때면, 연봉의 174%에 해당하는 빚을 안고 있습니다. 이는 미친 짓입니다. 일년 내내 일해서 번 돈은 고스란히 은행으로 들어갑니다. 추산에 의하면 졸업생 1인당 평균 4만달러의 빚이 있습니다.” 칠레 대학생들이 수도 산티아고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지난 세 달 동안 칠레 산티아고 거리는 학생 데모(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8월9일의 데모에는 10만명이 운집할 정도로, 피노체트 독재가 끝난 이래 가장 격렬.. 2011. 8. 14.
팔려가는 소녀들 유병선 논설위원 미나 하시나는 인도 북부 비하르주의 작은 마을에서 성노예로 살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하시나는 이 지역에서 성매매를 관장하는 카스트인 누트족에 팔려갔다. 하시나는 떠올리기도 끔찍한 그때가 여덟살이었는지 아홉살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집창촌의 포주 집에 감금됐던 하시나가 몸을 판 것은 초경도 하지 않은 12살부터였다. 하시나와 그 또래들은 일주일 내내 하루에 10명도 넘는 손님을 상대해야 했다. 하시나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부부가 억압받는 여성들의 실태를 고발한 책 의 등장 인물 중 한 명이다. 크리스토프는 네팔 국경에서 인도인 남자 관리도 만났다. 팔려가는 소녀들에 대해 묻자 그의 답은 이랬다. “많은 여성이 팔려가고 있죠. 하지만 그들에게 신경쓸.. 2011. 8. 11.
자본주의체제의 디폴트 오나 김준형 | 한동대 교수·국제정치학 지난주 미국은 가까스로 국가채무 불이행, 곧 디폴트 위기를 넘겼다. 8월2일 데드라인을 놓고 공화당의 정부 지출 삭감안과 민주당의 국가채무한도 상향 및 증세안을 놓고 워싱턴 정가는 요동을 쳤다. 디폴트에 빠질 경우 미국과 전 세계에 끼칠 재난적 결과를 양당 지도부도 알고 있기에 결국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가부채 상한 증액 협상을 잠정타결했다고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 2011.08.02 | AF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그러나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벌써부터 타협안에 담긴 긴축정책으로 인해 성장률 저하와 경기침체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세계경제는 함.. 2011. 8. 7.
[워싱턴리포트]북한과 대화 ‘긴 숟가락’ 준비를 ‘악마와 식사를 하려면 긴 숟가락을 준비하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믿을 수 없는 상대는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대가 악마처럼 위험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라면 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때로는 긴 숟가락을 갖고 가서라도 악마와 밥을 먹어야 할 경우가 있기에 이런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양국 간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지금,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또다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28~29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뉴욕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났다. 2009년 12월 평양 회담이 이어진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북·미회담은 1년7개월 전의 회담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사이에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설사 북한이 모든 핵을 포기한.. 2011. 8. 2.
[여적] 노르웨이의 증오  유병선 논설위원 이방인 관찰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기 십상이다. 비틀스는 1966년 ‘노르웨이의 숲’이란 곡을 선보였다. 밤새 사랑을 나눈 여인이 다음날 깨어나 보니 사라지고 홀로 남은 쓸쓸함을 노르웨이 겨울 숲에 빗대 남의 얘기하듯 담담하게 읊조린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89년 소설 에서 60~70년대 일본 전공투(全共鬪) 세대의 상실감을 노르웨이의 숲으로 상징했다. 그래서 ‘작지만 강한 나라’(强小國)란 활력과 ‘복지국가의 교과서’라는 안정감이 늘 휑뎅그렁한 숲과 뒤섞여 연상되는 나라가 노르웨이다. 현지인의 눈에 비친 노르웨이는 다른 모습이다.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비크(32)는 노르웨이에서 농산물 재배업체 ‘브레이비크 지오팜’을 운영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선 2차대전 때 노르웨이 반나치 영웅 막스 마누스.. 2011. 7. 24.
[워싱턴리포트]대북 식량지원 망설이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애초에 대북 식량지원 카드를 꺼낸 것은 의외였다. 미국의 식량지원이 인도주의에 기초하고 있음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고려 또한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시작한 1995년 이후 지금까지의 흐름은 북한의 식량사정이 아니라 북·미관계와 북핵 등 정치적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북·미관계가 좋았을 때는 연간 수억달러를 지원했지만 대치상황에 빠졌을 때는 전무했다. 북한이 ‘항상 배고픈 나라’였음을 감안한다면 미국의 결정은 정치적 목적이 강했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따라서 지금처럼 북·미 간 정치적 대화가 단절된 시기에 대북 지원을 고려한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양상이다. 미국의 식량지원 검토는 북한에 도발할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선제적 대응의 일환이다. 지난해.. 2011. 7. 15.
[특파원 칼럼]미, 군축회의 의장국 북한 비난 ‘적반하장’ 북한이 유엔 제네바 군축회의 순회 의장국이 된 것에 대해 미국 정치인들과 언론은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무기를 수출하는 북한이 의장국이 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리애나 로스-레티넨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북한이 군축회의 의장국이 된 것은 여우에게 닭장을 지키도록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캐나다는 북한이 의장을 맡는 4주 동안 회의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로스-레티넨은 캐나다의 조치를 환영했고, 일부 미국 언론들은 미 행정부도 이에 동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각국에 무기를 수출하는 북한의 행동은 분명 유엔 군축회의의 취지와 의무에 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65개 회원국이 알파벳 순서로 의장국을 맡는 유엔 규.. 2011. 7. 15.
가난한 세네갈, 등록금 걱정은 없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평창 2018.’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발표된 23회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소식은 아프리카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세네갈 다카르에서도 울려퍼졌다. 나는 지금 서부 아프리카의 리더국인 세네갈에 있다. 한 지역을 제대로 알려면 반드시 현지인과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책과 자료, 인터넷 등에서 느낄 수 없는 그 지역의 생생한 소리와 숨결을 경험할 수 있다. 여느 빈곤한 개발도상국처럼 세네갈 다카르 역시 황폐함과 활기가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수도를 누비는 차들은 10~20년 전에 출시된 모델이다. 자칫 충돌이라도 하면 와르르 무너질 듯 찌그러지고 녹슨 데다 차들이 뿜어대는 매연으로 숨조차 쉬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통질서도 엉망이며 경적 소음은 정.. 2011. 7. 10.
[와다 하루키 칼럼] 3·11은 새로운 8·15이다 와다 하루키 | 도쿄대 명예교수·번역 |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3월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1000년 만에 밀려온 거대한 쓰나미, 그리고 인류 사상 최악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3·11은 새로운 8·15이다. 과거 일본 국민은 1945년 8월15일 패전과 항복을 경험했다. 단순히 태평양전쟁에 패배한 것이 아니다. 1894년 청나라와 1904년 러시아에 선전포고한 이래 계속돼온 50년간의 동북아시아 전쟁, 동아시아 전쟁에 패배한 것이다. 일본인 사망자는 300만명, 일본의 희생양이 된 아시아인은 200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국토는 초토화되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원자폭탄 투하로 괴멸됐다. 쓰나미로 처참히 파괴된 .. 2011.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