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가다 ' 카테고리의 글 목록 (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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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141

[카페 아메리카노] 자연 속에 선 동성애 커플 맨해튼을 처음 구경했던 것은 유학 초인 1992년 12월 성탄절이었다. 지금은 허드슨 강 건너편 뉴저지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가 그때는 뉴욕시에 속한 베이사이드에 살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자동차로 8시간을 달려 찾아 간 친구 집에서 민폐를 끼치며 지내던 중, 크리스마스날 맨해튼 구경을 나갔다. 우연히 주차한 곳에 성 패트릭 대성당이 있었다. 성당 안에 있는 동성애자를 위한 기도처 성 패트릭 대성당은 1906년에 고딕식으로 지은 성당이다. 성 패트릭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수호성자이기 때문에 이 성당은 아일랜드계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이 성당은 세계 4대 성당 가운데 하나라고 할 정도로 그 웅장함과 섬세함이 탁월한 곳이다. 7000개가 넘는 파이프가 달린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 2010. 12. 13.
미국의 신개념 '나뭇잎 화장실'(?)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일들이 일어날 떄면 한 인간으로서의 무력감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해보기도 전에 빠져들기 쉬운 자기 변명같은 패배감에 익숙해지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삶은 남이 이끄는 대로 혹은 사회가 정해놓은 대로 쉽고 간편하게 따라 간다. 그러다가 어떤 큰 사건, 위에서 말한 전쟁이라던가 자연재해 같은, 이 직접 자신에게 닥치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지 분노한다. 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왜! 슬프게도 바쁜 현대인들은 그 바쁜 와중에서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유죄가 된다. 당신이 내가 아무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여기서 구름 속을 헤집는 것 같은 담론들을 공부하면서 배운 것은 단 하나다. 똑똑한 사람들.. 2010. 12. 7.
분류된 재활용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부모님과 함께 살던 때, 재활용 처리는 50대 50의 경우로 내 차지였다. 주부 특유의 한 푼이라도 아껴보시겠다는 어머니의 의지는 돈으로 줘야 하는 쓰레기봉투에까지 영향력을 미쳤고, 때문에 분리수거는 어머니에게는 꽤나 사활이 달린 문제였다. 한꺼번에 이것저것 쌓인 재활용 용품들을 들고 매주 목요일에 터덜터덜 아파트 입구로 내려가 분리작업을 하고 있자면 도대체 내가 이렇게 열심히 분리하는데 제대로 그 뜻 그대로 활용이 다시 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무엇보다 분리하는데 항상 헷갈리는 플라스틱 종류들, 예컨대 페트병과 그 뚜껑은 따로 분리 해야 하고 요거트 병은 또 다른 자루에 넣어야 했는데 언젠가 몇 개의 분리했던 자루들이 한 자리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더더욱 의심은 깊어져만 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환경.. 2010. 11. 15.
[카페 아메리카노] 마이클 샌델과 덕을 가진 시민들의 민주주의 원래 이 칼럼의 문패는 으로 계획되었다가 나중에 로 그 이름을 바꾸었다. 원래의 계획은 뉴욕시에서 거주하면서 그곳의 학자들과 만나는 이야기들, 뉴욕시에서 살아가면서 갖게 된 생각들을 글로 쓰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뉴욕시에서 한 달을 지낸 뒤 거주지를 뉴저지로 옮기게 됨으로써 그 방향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뉴저지라 해도 맨해튼에서 다리 하나 건너 있는 곳에 숙소를 정했기에 생활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문패명의 변경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었다. 로 문패명을 정하면서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어느 카페에서 카페 아메리카노를 시킨 뒤 크림과 설탕을 달라고 했다. 직원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하는 말이, 카페 아메리카노는 크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고 먹는 커피라고 말.. 2010. 11. 3.
[카페 아메리카노] 한나 아렌트의 무덤을 찾아서 한나 아렌트의 묘비 한나 아렌트의 무덤을 찾아서 내가 하버드 대학과 뉴욕 시에 위치한 뉴스쿨을 놓고 연구년을 지낼 장소로 고민하던 순간에 결정적으로 나를 이끈 것은 뉴스쿨이 가진 한나 아렌트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박사학위 논문을 한나 아렌트와 위르겐 하버마스라는 두 현대 사상가의 이론을 다루는 주제로 썼는데, 귀국을 해 보니 하버마스는 이미 한국에 많이 소개되고 연구된 반면에 아렌트는 거의 소개가 되질 않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귀국 후에 아렌트의 저술을 번역하는 일에 관심을 쏟게 되었고, 다른 동료 교수들과 더불어 기울인 노력 덕분에 지금은 대부분의 아렌트 저술들을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한국에서 아렌트 연구가로 자리매김이 되어 버렸다. 아렌트 컨퍼런스에 대한 비판 역시 뉴욕은 아.. 2010. 11. 2.
기후변화를 알리기 위한 시민들의 즐거운 참여, 350 10.10.10. 혹은 350 이런 숫자가 함께 있는 경우에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훌륭합니다. 당신은 환경운동에도 적극적인 세계시민으로 인정하겠습니다.” 라는 것은 반쯤 농담이지만 반쯤은 사실이다. 그럼 지구(을 위한) 시간, 지구촌 불 끄기 운동 (Earth hour)는 어떤가? 이건 들어봄 직하다. 이 둘은 확실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 힌트가 있다면 350에 대한 어렴풋한 짐작은 가능할 것이다. 세가지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기후변화, 지구(혹은 지구촌), 시민 운동이 될 수 있겠다. 지구촌 불 끄기 운동은 WWF(world wildlife fund)가 시작해 간결하고 명확한 참여방법으로 성공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지구 기후 변화는 이제 사람들의 공동의 적이 되었으니 불 끄기 .. 2010. 10. 30.
오논다가 원주민들의 땅 찾기 싸움 지금 살고 있는 Syracuse(시라큐스)는 Onondaga county(오논다가 카운티)에 포함되어 있다. ‘카운티(county)’는 개념상 우리나라의 ‘도’에 가까울까, 미국의 한 주의 크기가 한국의 크기만 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주 아래에 있는 카운티는 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한 번쯤은 들어본 오렌지 카운티같은 듣기만 해도 영어 느낌이 물씬 나는 카운티와는 다르게 어째서 여기 이름은 오논다가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오논다가(Onondaga)는 시라큐스(Syracuse) 근처에서 천 년 가까이 살아온 미국 원주민의 한 부족의 이름이다.호디노사오네(Haudenosaunee) 혹은 이로쿼이(Iroquis)라고 부르는 6개의 부족들의 ‘일종의’ 연합 안에 있는 부족그룹이다. 이 연합(league)은 .. 2010. 10. 20.
옥수수 가격이 올랐다고? '콘 킹(Corn King)'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대학원생 두 명이 미국 아이오와주에 가서 옥수수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옥수수에 관련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즐거운 음악으로 진행하는 다큐멘터리다. 곡물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그래서 옥수수를 사료로 하는 가축 가격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제 2차 식량파동이 염려된다는 기사가 경향신문에도 실렸다. 또 다른 신문에는, 한국의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과체중이 더 많아졌다는 소식이 나왔다. 연관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소식들은 사실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한국이 따라가고자 애쓰는 미국에서는.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대학원생 피터는 일년 전부터 콘시럽(옥수수 전분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 대신 쓰는 첨가.. 2010. 10. 15.
이정희 의원 소신있다 독일에는 이름에서부터 왼쪽을 뜻하는 디링케(die Linke) 라는 정당이 있다. 중도좌파 정당인 사민당(SPD) 당수였던 라폰테인(Lafontaine)이 당시 독일 수상이었던 슈뢰더(Schröder)와 다투고 나와서 새로 만든 정당인데, 정부의 치적을 경제수치로만 따지는 세상에서 그래도 약자를 배려하는 철학을 고수하는 정통좌파 정당이다. 나와 철학이 비슷함에도 나는 절대로 이 디링케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라폰테인이 이 정당을 설립할 때 구동독 공산당을 영입해서 그들의 지지세력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구동독 공산당이 국민을 상대로 어떤 비열한 감시체제를 만들어 독재정치를 폈는지 통독 후 역사청산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난 이상 동독 공산당은 정치세력으로서 이 땅에 설 염치가 없다는 것이 나의 지.. 2010.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