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20 Page)
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578

옥수수밭 살인사건 “공장에 난방 설비를 설치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그날 날씨가 정말 더웠어요. 멀리서 푸른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서른 살 정도 되는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게 보였죠. 옥수수밭에 몸을 숨기고 그 여자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가까이 왔을 때 뛰쳐나가 자전거를 막아섰어요.” 2005년 살인·성폭행 혐의로 허난(河南)성 공안국에 체포된 38세 왕수진은 자신의 여죄를 자백했다. 1982년 성폭행으로 3년형을 받고 복역한 그는 이후 6명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중 하나가 1994년 여름의 옥수수밭 살인사건이었다. 10년이 지난 일이었지만 그의 ‘살인의 추억’은 뚜렷했다. 왕수진의 자백은 옥수수밭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쓴 청년이 사형당한 지 10년이 지난 후에야 나왔다. 1994년 9월.. 2016. 12. 21.
신호 위반? 어차피 자동차 번호판도 안 보여요 “짙은 스모그에 시야가 가려 길을 찾기 어렵더라도 절대 차에서 내려 길을 묻지 마세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당신의 차를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신고할 수도 없을 거예요. 왜냐면 교통경찰이 당신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죠.”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교통경찰이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유행하고 있는 글이다. 지난 16일부터 중국 전체 면적의 9분의 1이 최악의 스모그에 시달리는 상황을 빗댄 ‘웃픈(웃기면서 슬픈)’ 글이다. 한 운전자가 교통방송 진행자에게 “스모그 때문에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아 6번이나 신호를 위반했는데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하자, 진행자가 “스모그 때문에 번호판도 안 보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위로했다는 글도 널리 퍼져 있다. 베이징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 2016. 12. 20.
국민의 노후에 손댄 사람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이 국민의 노후자금인 연금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2014년 10월의 일이다. 일본의 공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은 정권의 방침에 따라 연금투자 기준을 대폭 바꿨다. GPIF는 당시 국내 및 해외의 주식투자 비율을 24%에서 50%로 올리는 대신 국채 등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비율을 60%에서 35%로 내렸다. 당시 일본의 상당수 언론과 국민들은 아베 정권과 GPIF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살리기 위해 국민의 노후자금에 손을 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엔저를 바탕으로 대기업의 수출을 늘리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인 아베노믹스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연금 적립금을 주식시장에 쏟아붓.. 2016. 12. 14.
대통령의 배신 ‘국민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민생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한 약속이다. 손에 물 한번 안 묻히고 살아온 그가 민생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는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는, 최소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대통령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대통령이었다. 국가와 국민만 생각하면서 일할 줄 알았다. 생각의 올바름과 능력의 뛰어남은 의심했지만 노력하려는 마음만은 인정하려 했다. 그는 이제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국민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쫓겨날 처지다. 전국에서 200만 촛불이 그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4년 만에 상황이 천양지차로 뒤집어졌다. 무슨 짓을 해도 지지하던 영남지역 어르신들의 마음도 돌아섰다. 신뢰가 추락했다. 믿었다가 배신당한 것이다. 청와.. 2016. 12. 7.
중국의 ‘반부패’ 칼날, 이번엔 고급 수입차로 중국 베이징에서는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가 시내 한복판이 아닌 서민 아파트나 후미진 뒷골목에 주차돼 있는 일이 꽤 있다. 재개발 등으로 벼락부자가 된 중국인들은 부를 과시하려 고급 수입차를 사들이곤 한다. 그러나 앞으로 고가 수입차 소비가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강력한 세금 ‘칼날’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당국은 1일부터 130만위안(약 2억2200만원)이 넘는 ‘슈퍼카’에 대해 10%의 소비세를 판매 단계에서 추가로 부과하기로 했다. 벤틀리, 페라리, 포르셰, 마세라티, 애스턴마틴 등 고가 수입차 대부분이 과세 대상에 포함돼 호화 외제차 업계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재정부는 소비세 추가 부과 이유에 대해 “에너지 절약과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감소를 촉진하고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기 .. 2016. 12. 2.
대국의 두 얼굴 지난 21일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류 제재에 대해 ‘나’라는 1인칭 주어를 4번 써가며 설명했다. 겅 대변인은 “나는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을 들어보지 못했다” “나는 중국이 양국 인문 교류에 적극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분 모두 이해할 거라 믿는다” “나는 관련 부처가 민간 정서를 주시하고 있다고 본다”며 개인의 시각을 강조했다. 자신의 생각임을 전제로 하면서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한류 반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중국’이 아니라 ‘나’라는 주어를 내세워 은근한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공식 발표한 적은 없지만 한류 제재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10월.. 2016. 11. 23.
“한국의 병폐 그 자체” 요즘 일본에서 TV를 켜기가 무섭다.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는 화면에 ‘호스트바’ 출신으로 소개되는 남성의 얼굴이 함께 등장하고 그 사이에 최순실이 보인다. 정유라가 말을 타고 대학에 들어가는 과정을 소개하기 위해 대형 도표가 동원된다. 진행자 등 출연자들은 기가 막혀서 말을 하지 못하겠다며 혀를 찬다. 대한민국이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화가 치민다. 특히 일본인들과 함께 TV를 볼 때는 나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 같은 ‘더러운 느낌’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그래서 채널을 돌려보지만, 5개 주요 민방은 물론 공영방송인 NHK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다루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2014년 4월 도쿄(東京)로 부임한 직후에도 그랬다. 30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 2016. 11. 16.
오바마에게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는 괴이한 사건이다. 2005년 아프리카 말라위의 대통령이 유령 때문에 대통령궁에서 피신했다는 해외토픽성 뉴스에 대한 우리의 느낌에 빗대면 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네팔, 스리랑카, 그리고 서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이번의 한국처럼 요승 또는 미신적 종교에 의해 국정이 농락당한 유사 사례가 있었다면서 박 대통령 뉴스를 소개했다. 이 문제를 가십거리로 논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여섯번이나 정상회담을 했을 정도로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중요한 파트너였다.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한국 외교관들은 박 대통령과 오바마의 ‘케미스트리’가 매우 좋은 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해왔다. 하지만 국내적 위기에 직면한 박 대통령에 대한 오바마의 태도는 .. 2016. 11. 9.
미 대북정책 전환기…한국은?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북한 핵 문제는 대선후보 TV토론의 질문으로 등장할 정도로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꽤 중요한 이슈로 다뤄졌다.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만큼 대선을 앞둔 워싱턴 조야에서도 다양한 대북정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전환기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정권교체기를 맞아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이 차기 정부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말이다. 한쪽 극단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등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꿈틀거린다. 지난 9월16일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이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접근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힐러리 클린턴 집권 시 국방장관으로 유력 거론되는.. 2016.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