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60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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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2036

[사설]‘사후 상봉’까지 추진해야 하는 이산가족의 기막힌 현실 통일부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가 22일 이산가족의 고령화와 사망률 증가에 따라 이산 1세대의 기록보존과 ‘사후 교류’에 대비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 사업에 15억7500만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2014년 시작된 유전자 검사 사업은 이산 1세대가 북녘에 두고 온 가족을 생전에 만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혈액과 모발을 채취해 유전자 정보를 보관해두는 것이다. 사망한 뒤에라도 북한의 후손들이 부모의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산가족의 ‘사후 교류’라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하다. 1988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상봉신청을 한 이산 1세대는 13만3272명이지만 이미 절반이 넘는 7만7751명이 사망했다. 2월 한달 동안만 223명이 세상을 떠났다. 생존해 있는 5만5521명도 24%가 90세.. 2019. 3. 22.
[사설]새 ‘비핵화 해법’ 마련한 정부, 북·미 설득해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17일 북·미 협상과 관련해 “포괄적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도록 견인해내고, 그 바탕 위에서 ‘스몰딜’을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한 수준의 거래)’로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 한두번의 연속적인 ‘조기수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올 오어 낫싱(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하노이 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서 청와대가 북·미 절충에 나설 의지를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다. 청와대의 ‘조기수확론’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고 있는.. 2019. 3. 19.
[아침을 열며]트럼프와 김정은, 아직도 사랑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만남 이전에 친서 외교가 있었다. 트럼프에겐 너무도 사랑스러웠던 편지. 어느새 ‘꼬마 로켓맨’은 ‘위대한 지도자’로 바뀌었다. 트럼프의 하노이로 가는 길, 미국 내 다수가 김정은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덜컥 그의 손을 잡지 않을까 걱정했다. 트럼프는 ‘여태껏 실패만 한 것들이 뭘 알아. 협상은 나한테 맡겨’라는 태도였다. 김정은의 66시간 기차 여행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을 것이다. 하노이에선 가망 없는 제안들이 오갔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봤다. 트럼프는 영변을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생산시설을 완전히 폐기해야 유엔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김정은을 설득했다. 김정은은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을 어렵게 하는 제재 몇 개.. 2019. 3. 18.
[사설]살얼음판 북·미 신경전, 대화의 판을 깨서는 안된다 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보름 넘게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강도 같은 태도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나서 “북한은 비핵화할 준비가 안돼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협상의 문을 열어놓은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자칫 한 발만 잘못 내디뎌도 협상이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는 백척간두의 형국에 서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타결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및 선 제재 해제 주장의 간극은 크다. 북·미가 서로 신뢰가 부족한.. 2019. 3. 18.
‘하노이 노딜’은 싱가포르에서 시작됐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은 어쩌면 필연이다. 두 정상이 회담장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이한 대화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인식 차이가 하노이에서 비로소 충돌했다는 것이 직접 원인이다. ‘하노이 노딜’의 씨앗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뿌려졌다. 싱가포르 합의는 신뢰구축을 통한 새로운 관계수립-평화체제-비핵화의 순서로 정리돼 있다. 미국의 ‘선(先)비핵화’ 요구를 차단한 김정은의 승리이자, 준비 없이 회담장에 들어간 트럼프의 패배다.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다음날부터 그 합의에서 벗어날 길을 찾았다. 지난해 북·미 대화가 일시중단되고 위기를 맞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합의를 덮어버릴 새로운 합의가 필요했다. 반면 북한은 싱가.. 2019. 3. 15.
[사설]주한미군사령관은 “남북군사합의 지지한다”는데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9·19 남북군사합의에 어떤 의문도 없다”고 밝혔다.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남북군사합의에 주한미군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보수세력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최근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을 폐지하고 다른 훈련으로 대체한 것을 놓고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하자 단호한 어조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한·미 간 현안에 대한 여러 의문점을 불식시킨, 인상 깊은 인터뷰였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인터뷰 발언은 해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미군은 전적으로 한국과 입장이 같으며, 한·미 연합방위태세에도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 2019. 3. 15.
[기고]후쿠시마 사고 8년, 우리는 중대사고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8년이 지났다. 2011년 3월12일 전 세계인들은 TV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검은 연기와 함께 폭발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그 장면은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대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원전에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기와 물의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했다. 핵연료에서 발생되는 열이 원자로 내부의 냉각수를 가열함에 따라 격납용기의 압력이 증가했고, 결국 수소폭발이 발생해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원전 외부로 유출됐다. 원전은 다양한 사고에 대비해 설계하도록 되어 있다. 설계기준 사고는 원전 설계 시에 고려된 사고를 말한다. 설계기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원자로 용기 및 격납건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핵연료의 손상과 방사성물질의 방출을 억제할.. 2019. 3. 13.
[조호연 칼럼]볼턴을 키운 것은 8할이 북한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시시포스를 떠올리게 했다. 신들을 기만한 죄로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 바위는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아래로 굴러떨어져 형벌은 영원히 되풀이된다. 북·미 협상도 9부 능선에서 갑자기 바닥으로 추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항우의 가랑이 밑을 기어간 한신’ 소리까지 들어가며 만든 자리 아닌가. 그보다 한반도 평화의 소중한 기회가 무산된 것이 더 실망스럽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다. 멈추는 순간 우리의 운명은 또다시 남의 손에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은 늘 오해의 게임이었다. 도발하면 언제나 미국이 움직일 것이란 북한의 오해, 제재하면 북한이 협상 무대로 나올 거란 미국의 오해가 합세해 진전을 막았다. 하노이에서도 이런.. 2019. 3. 13.
[사설]미 비건 대표의 비핵화 구상 발표, 북한도 심사숙고하길 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1일(현지시간)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주최 좌담회에서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토털 솔루션(일괄해결)을 원한다”고 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대북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빅딜(일괄타결)’ 목청을 높이더니 ‘협상파’로 분류되던 비건 특별대표마저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가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책임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일괄타결 원칙이 트럼프 행정부의 ‘포스트 하노이’ 전략으로 공식화됐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1월31일 스탠퍼드대학 강연에서 ‘동시적·병행적’ 기조를 강조했고, 핵신고에 대해서도 속도조절을 시사하는 등 단계적 접근법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2019.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