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카테고리의 글 목록 (1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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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144

[특파원 칼럼]북한의 두마리 토끼 잡기 유신모 워싱턴 simom@kyunghyang.com 어쩐지 너무 싸다 싶었다. 북한이 미국과 2·29 합의를 통해 비핵화 사전조치를 수용하고 얻은 것은 영양과자 24만t이 전부였다. 미국은 1998년 금창리의 텅 빈 동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식량 50만t을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 정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의 복귀를 허용하는 것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핵실험 중단, 정전협정 준수 등 미국이 요구한 사전조치를 모두 수용하면서 영양과자 24만t만을 받았다. 세일도 이런 왕창 세일이 없다. 하지만 거래 성사 17일 만에 날아온 청구서에는 영양과자 24만t 말고도 위성발사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항목이 추가돼 있었다. 미국의 실망과 분노는 북한을 포함한 외부.. 2012. 3. 28.
혼란스러운 한·미·일 대북 신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후 한국·미국·일본 이른바 ‘한반도 문제 당사국’들이 보인 반응의 공통점은 한반도 안정 강조와 인내로 요약된다. 북한에 대한 섣부른 예단을 삼가고 북한의 의중을 알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것이다. 북한을 자극할 만한 행동을 당분간 자제하면서 북한 새 지도부의 온건·대화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일관성은 20여일도 채 지나지 않아 엉키기 시작했다. 북한 내부의 사정이나 향후 대외정책 방향은 여전히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칫 북한이 잘못 해석할 수 있는 외교적 신호가 각국에서 뒤섞여 나오고 있다. 한·미·일 3국은 다음주 워싱턴에서 ‘김정일 이후의 북한’에 대한 정책 조율을 위해 3자 회담을 갖는다. 또 한·미 양국 .. 2012. 1. 12.
[특파원칼럼]아내의 ‘구원 등판’ 1991년 흑인으로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연방 대법관에 지명된 클래런스 토머스는 법관으로서의 판결보다 인준 청문회로 더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이 토머스를 대법관으로 지명한 직후 그가 과거 부하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했다는 추문이 불거지면서 상원 인준이 불투명해졌다. 그해 10월10일 토머스와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가 함께 증언대에 섰다. 법관 출신의 토머스와 법대 교수인 흑인 여성 애니타 힐이 벌인 사흘간의 대결은 폭발적인 관심 속에 공중파 TV로 생중계됐다. 때마침 청문회와 같은 시간에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가 벌어지고 있어서 많은 시청자들은 TV를 2대 갖다놓고 고개를 돌려가면서 야구경기와 청문회를 지켜봤다. 토머스는 흑인노예의 후손인 부모, 할아버지를 증인석 옆.. 2011. 11. 16.
[특파원칼럼] 아내의 ‘구원 등판’ 1991년 흑인으로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연방 대법관에 지명된 클래런스 토머스는 법관으로서의 판결보다 인준 청문회로 더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이 토머스를 대법관으로 지명한 직후 그가 과거 부하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했다는 추문이 불거지면서 상원 인준이 불투명해졌다. 그해 10월10일 토머스와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가 함께 증언대에 섰다. 법관 출신의 토머스와 법대 교수인 흑인 여성 애니타 힐이 벌인 사흘간의 대결은 폭발적인 관심 속에 공중파 TV로 생중계됐다. 때마침 청문회와 같은 시간에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가 벌어지고 있어서 많은 시청자들은 TV를 2대 갖다놓고 고개를 돌려가면서 야구경기와 청문회를 지켜봤다. 토머스는 흑인노예의 후손인 부모, 할아버지를 증인석 옆.. 2011. 11. 16.
[특파원 칼럼] 미국 시스템의 위기 2011. 10. 06 만에 하나,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지금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사회 구성원들의 분노로 종말을 고한다면 그 무덤에는 “어영부영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지명이 어울릴 듯하다. 1980년대 말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새 시대가 열리기 시작할 무렵 이제 세계에 더 이상의 체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 넘쳐났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역사학자는 저서 에서 “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서구식 민주주의가 세계 역사의 최종적 체제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수백명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하지만 당시에도 “공산주의의 몰락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치유해주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던 지식인들이 상.. 2011. 10. 18.
[특파원 칼럼]가스관 사업, 러시아의 계산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에 지명된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은 지난 7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해 ‘대화와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접근법은 예나 지금이나 미 행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정책임을 강조했다. 셔먼의 발언은 자신을 대북 유화파로 인식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 속성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대화와 제재, 투트랙 접근, 당근과 채찍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긴 했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은 결국 북한의 행동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팃 포 탯(Tit for Tat·맞받아치기)’으로 요약된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합의와 페리 프로세스가 그랬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 ‘대담한 접근’이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2011. 9. 14.
[기자메모]‘핵무기 없는 세상’ 미국이 솔선수범해야 1949년 8월29일 옛소련은 카자흐스탄 세미팔라친스크에서 처음으로 핵실험을 실시해 미국과 본격적인 핵무기 경쟁에 나섰다. 이후 모두 456회의 핵실험이 이뤄져 주민들과 주변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겼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1991년 8월29일 이곳을 영구 폐쇄했다. 유엔은 2009년 세미팔라친스크에서 매년 8월29일을 ‘세계 핵실험 반대의 날’로 지정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이날을 맞아 “핵무기와 핵실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새로운 진전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각국에 자발적인 핵실험 모라토리엄(유예선언)을 촉구했다. 반 총장이 핵실험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나라에는 미국과 중국도 포함된다. 유엔은 1996년 모든 나라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 2011. 8. 30.
[특파원 칼럼]배반의 정치 1956년 흐루시초프가 스탈린 격하 운동을 벌이면서 소련과 중국은 공산주의 노선을 놓고 심한 갈등을 빚었다. 흐루시초프는 자신을 수정주의자라고 비판하는 저우언라이(周恩來)에게 “나는 전형적인 프롤레타리아 출신이지만 당신은 부르주아 출신”이라며 “우리에게는 분명한 출신계급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저우언라이는 “우리에게 공통점도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 자신의 출신계급을 배반했다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지금의 관점에서야 공산주의 이념과 출신계급을 논하는 것이 허망해 보이지만, 당시 저우언라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정치적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출신계층을 배반하는 정치 현상이 지금 미국에서 재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정책의 방향은 그의 정체성.. 2011. 8. 24.
[워싱턴리포트]북한과 대화 ‘긴 숟가락’ 준비를 ‘악마와 식사를 하려면 긴 숟가락을 준비하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믿을 수 없는 상대는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대가 악마처럼 위험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라면 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때로는 긴 숟가락을 갖고 가서라도 악마와 밥을 먹어야 할 경우가 있기에 이런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양국 간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지금,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또다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28~29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뉴욕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났다. 2009년 12월 평양 회담이 이어진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북·미회담은 1년7개월 전의 회담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사이에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설사 북한이 모든 핵을 포기한.. 2011.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