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카테고리의 글 목록 (13 Page)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144

미숙한 미국의 아시아 전략 유신모 워싱턴 특파원 지금 아시아에는 냉전의 그림자가 다시 어슬렁거리고 동중국해와 동북 아시아에는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세계는 중동 외에 또 하나의 화약고를 갖게 될 모양이다. 혹자는 ‘화평’ 없이 ‘굴기’하는 중국이 세계 질서를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에 세계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시아의 불안정은 중국이 부상하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아시아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시작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해·공군을 위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내용의 신안보 전략을 소개했다. 이어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지난 6월 해군 전력의 60%를 태평양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회귀’ 또는 ‘재배치’.. 2012. 10. 3.
국민 분열시키는 ‘추악한’ 미국 대선 유신모 워싱턴 특파원 과거 미국의 전당대회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당대회가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 오늘날 미국의 민주주의는 기적이다. 하긴 이번 전당대회를 ‘어글리’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미국 언론이 많은 것을 보면 과거에는 이번보다 신사적이었던 모양이다.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출정식인 올해 전당대회는 말의 성찬이었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를 포함해 전당대회 연단에 올라온 연설자들은 거침없는 표현과 절묘한 비유를 세련된 제스처로 쏟아냈다.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듯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는 빈틈이 없었다. 하지만 수억달러를 들인 ‘정치쇼’는 중립적이고 점잖은 표현으로 포장한 이전투구였다. “말을 교묘히 하고 낯빛을 화려하게 꾸민 .. 2012. 9. 12.
[특파원칼럼]독도문제에 우군은 없다 유신모 | 워싱턴 세계 현안을 모두 다루는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 일본 기자들은 주로 브리핑 내용을 꼼꼼히 기록할 뿐 질문은 많이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일간의 독도 갈등이 불거진 뒤 이들은 거의 매일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다. “입장이 없다”는 국무부 대변인의 거듭된 답변에도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미국이 한·일 양국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라는 점에서 미국의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또 미국이 심정적으로는 일본 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일본은 언제나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아시아의 핵심적 전략 파트너였다. 미국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을 패망시킨 뒤 다시 동맹으로 삼았다. 냉전시대 일본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교두보였다. 일본이 독일과.. 2012. 8. 23.
[특파원칼럼]원자력협정의 위험한 접근 유신모 워싱턴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에너지 안보와 원자력 산업, 그리고 외교적 측면에서 한국에 커다란 고비이자 난관이다. 한국은 원자력 산업 규모에 맞는 새로운 협정이 필요하지만 핵확산 문제를 우려하는 미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심각한 충돌이 불가피하다.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의 핵심은 핵연료 제조를 위한 우라늄농축과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다. 한국은 농축·재처리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외국과의 원자력협정에서 농축·재처리는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내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돌을 피할 길이 없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2009년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으면.. 2012. 8. 1.
한·미 갈등 키우는 일 군사대국화 유신모 워싱턴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미국 워싱턴의 ‘한국 관찰자들(Korea watchers)’은 올해 말 대선 이후 펼쳐질 차기 행정부의 한·미관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어떤 후보가 유력한지, 그 후보의 한·미관계 철학은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관심이 많다. 최근 워싱턴의 한 민간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만난 미국의 전직 관리는 박 전 위원장의 성향을 알기 위해 과거 발언 등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면서 “유력 대권주자이면서 이처럼 한·미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이 선명한 자기 견해를 제시하기보다 현안에 침묵함으로써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미국인들은 충.. 2012. 7. 11.
[기자메모]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놓치고 있는 것 유신모 워싱턴 특파원 정부가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일본과의 군사협력 협정을 국민적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비공개로 의결 처리하는 상식 밖의 행태를 보인 배경의 중심에는 미국의 대외전략 변화가 있다. 이번 사안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선언하고 이 지역에 군사·외교적 자산을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 이후 한국에 닥친 첫 번째 시련이다.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은 아·태 지역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군사력 팽창을 막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이를 위해 동남아에서는 각국의 반(反)중국 정서를 이용해 자신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동북아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 미국의 강력한 요구와 일본에 대한 국.. 2012. 6. 28.
[특파원칼럼]한·미동맹 제대로 가고 있나 유신모 | 워싱턴 simon@kyunghyang.com 국가 간의 동맹 관계에서 여러 가지 현안을 두고 서로의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아무런 견해 차이가 없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관계라고 일컫는 미·영동맹도 국민적 정서, 국익, 국내 정치 등의 이유로 가끔 이견을 드러낸다. 미국의 아시아 기축 동맹인 미·일 관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종종 발견된다.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양국 정상은 각자의 입장 차이를 거리낌없이 밝혔다. 그렇다고 이 나라들이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한·미동맹은 조금 다르다. 정부.. 2012. 6. 20.
[특파원칼럼]오바마 ‘과거’와 마리화나 정책 유신모 | 워싱턴 버락 오바마는 마리화나(대마초)를 피운 사실을 인정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출간한 자서전에서 이를 공개했다. 젊은 시절 오바마가 인종 문제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가정적으로 평탄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도 하다. 더구나 그가 고교 시절을 보낸 하와이는 미국에서 가장 양질의 마리화나가 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 데이비드 마라니스가 다음달 19일 출간 예정인 오바마의 전기 에 나오는 그의 고교 시절 모습은 마리화나를 단지 한두 번 경험한 것이 아니라 탐닉하는 수준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오바마는 ‘조인트(마리화나를 담배처럼 말아 여러 명이 돌려 피우는 것)’를 한번 더 맛보기 위해 새치기도 불사하는 중증 애호가였다. 또 밀폐된 차 안에서 .. 2012. 5. 30.
[특파원칼럼]중국·북한 인권문제가 다른 점 유신모 워싱턴 특파원 인권은 정치체제와 국가를 불문하고 어디서나 존중받아야 하는 인류보편적 가치다. 그러나 인권 문제가 냉엄한 국제질서 안에서 그 자체로 독립적인 존중을 받는 것은 어렵다. 결국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외교적 틀을 통한 협상이다.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의 미 대사관 진입 사태는 반전을 거듭한 끝에 ‘미국 유학’이라는 해결책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가 약속대로 천광청과 그의 가족의 출국을 허용한다면 이번 사태는 미·중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로 끝날 수 있다. 중국에는 수많은 인권 탄압의 사례가 존재한다. 하지만 중국의 모든 반체제 인사들이 이번처럼 국제적인 조명을 받을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천광청 사태의 원만한 해결은 중국.. 2012.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