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카테고리의 글 목록 (5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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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108

[목수정의 파리통신]못생겨 버려진 채소, 만찬을 베풀다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세계가 겪고 있는 식량위기처럼 지구촌을 이끌어 가고 있는 현 시스템의 모순을 잘 드러내는 문제는 없어 보인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에는 8억7000만의 인구가 배고픔에 시달리는 반면, 땅과 바다에서 나오는 식량의 3분의 1은 사람 입 속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나나를 수출하는 에콰도르는 연간 14만6000t의 바나나를 버리고 있다. 이는 에펠탑 무게의 15배에 달한다. 런던에서는 1만2000대의 이층버스를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의 음식이 매년 버려지고 있다. 프랑스에선 1년간 국민 1인당 260㎏의 음식물이 버려진다. 식탁에서 남겨 버려지는 음식물들이 대부분인 듯하지만, 이는 전체 버려지는 음식에서 3분의 1에 .. 2012. 10. 16.
긴축, 그 잔혹한 속내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오랜만에 파리의 가을하늘이 맑았다. 지난 일요일, 이 청명한 날씨 속에 8만명이나 되는 파리시민들이 거리에 나와서 시위를 했다. 예상을 뒤엎은 많은 인파에 언론도 정부도 적잖이 뜨끔해 하는 분위기.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있던 대규모 시위. 이날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새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긴축예산 거부다. 이 긴축예산은 올봄 사르코지가 서명하고 온, 유럽연합의 긴축조약에 근거한 것이기에 시위는 유럽조약 자체에 대한 불신과 올랑드 정부에 대한 불만까지 담고 있었다. ‘긴축’의 반대는 뭘까. ‘방만’(?) 그렇담, 유로존 자체가 위기로 휘청이고 국가재정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 상황에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거. 좋은 거 아닌가? 언뜻 그럴싸하다. 그런데 이게 한 집안 얘기가 아.. 2012. 10. 2.
외국인 투표권, 지금 당장 지난 월요일, 77명의 프랑스 사회당 의원들은 ‘외국인 투표권, 지금 당장’이라는 표제의 성명서를 르몽드에 실으며, 프랑수아 올랑드의 대선공약인 외국인 지방선거권 부여의 조속한 실현을 촉구했다. 리베라시옹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회라는 아궁이에 기름을 확 끼얹은 격.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질 수 있는, 5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의 숫자는 약 100만명. 전체 유권자 대비 6%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민자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새로운 유권자층이 생겨나는 셈이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61%의 프랑스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호의적이다. 집권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40%대의 형편없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올랑드 정부. 정부 예산 긴축과 세금 증세라는, 뻔한 경제 문제에 대해서만 약간의 움직임을 보일 .. 2012. 9. 18.
[목수정의 파리통신]프랑스 극우정당과 통일교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선거철이면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긴 이름의 정당이 전국에 한군데도 빠짐없이 후보를 내고, 고스란히 단 한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기를 반복한다. 알고 보면, 아니 알고 볼 것도 없이 그 당은 통일교가 만든 당이다. 그 긴 세월, 당선자 한번 내지 못하고, 계속 선거비만 탕진해오는 것을 보면, 국내에서 그들은 그다지 큰 정치적 힘을 키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유럽 땅에 발을 딛는 순간, 그 안개같이 잡히지 않는 종교 통일교의 실체가 좀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 이곳 사람들은 남한의 대통령이 누군지는 아무도 몰라도 소위 ‘섹트 문(Secte Moon)’은 다 알고 있었다. 여전히 대놓고 교회를 크게 쌓아올리거나, 길거리에서 요란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2012. 9. 4.
[목수정의 파리통신]프랑스서 재현되는 구소련의 풍경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소련이 붕괴되기 전, 서유럽인들은 종종 소련의 느린 속도를 비웃는 농담들을 하곤 했다. 이를테면, 어느날 공장에서 열심히 일한 한 노동자가 영웅 칭호와 함께 선물로 자동차 한 대를 당으로부터 받게 됐다. 그는 선물증서를 들고 자동차 매장을 찾았다. “동지, 축하합니다. 그런데 차는 11년 뒤에 배달됩니다.” 영웅이 된 노동자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음, 알겠습니다. 그런데 오전인가요, 오후인가요?” “오전입니다”. 노동자는 정색을 하며, “아 그건 좀 곤란합니다. 그날 오전에 벌써 배관공과의 약속이 잡혀 있거든요”. 과장된 농담이지만,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길게 줄 선 소련 사람들의 모습은 그 시절, 고장난 시스템 속에 방치된 소련인들을 상징하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지금 프.. 2012. 8. 21.
[목수정의 파리통신]노동에 대한 찬양이냐 여가의 숭고함이냐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요즘 지하철을 타면 불어보다 영어와 스페인어, 한국어, 일본어가 더 많이 들린다. 동네 빵집들은 문을 닫고, 근근이 먹고 사는 것 같은 중국식당, 밤낮없이 일하는 한국식품점들까지도 3~4주씩 쉰다고 내건 휴가안내표지를 보면, 정말 8월의 파리는 관광객들의 손에 맡겨진 도시 같다. 그러나 정작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것은 서로 만들어 내고, 속고 있는 가공의 이미지다. 프랑스는 ‘한때’ 여름이면 모두가 바캉스를 떠나는 나라였으나, 올해 휴가를 떠나지 못한 프랑스인들은 46%나 된다. 거의 두 명 중 한 명꼴. 1936년, 프랑스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었던 인민전선 정부가 여가의 권리를 천명하며 연 2주간의 유급휴가를 공식화한 이후, 1982년부터는 연 5주간의 유급휴가가 인정되는 프.. 2012. 8. 8.
[목수정의 파리통신]‘신자유주의의 죄’를 묻는 프랑스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프랑스텔레콤에 인터넷을 신청했다. 모뎀이 도착했다. 설명서대로 설치했건만 1시간만 작동하고 그대로 멈춘다. 전화로 문제를 호소하고 시키는 대로 해보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당신네 기술인력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그럼 45유로(약 7만원)를 내라고 한다. 그럴 순 없다고 하니, 그럼 해지하란다. 해지하겠다고 하고, 너네 그러고도 안 망하느냐고 물었다. 우리만 이런 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비슷해서 특별히 망할 일은 없을 거라고 답한다. 2008년 그러니까 프랑스텔레콤 직원들이 무더기로 자살 행렬에 나서던 그 시절, 우리가 겪은 프랑스텔레콤 직원의 몽롱하고 음울하던 정신상태에 대한 경험담이다. 이윽고 그 동네에 35명이 연쇄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 .. 2012. 7. 17.
[목수정의 파리통신]더 넓은 평등을 위한 게이 프라이드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지난주 토요일, 50만명이 참여한 파리의 게이 프라이드(Gay Pride) 행렬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갔다. 무지개 빛의 화려하고 흥겨운 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한 뼘 더 가까워진 평등과 인권으로 향한 길이 남겨졌다. 게이 프라이드. 말 그대로 동성애자들이 당당하게 자긍심을 드러내며 화려한 모습으로 분장한 채, 억압되었던 감정과 표현욕을 거리에 눈부시게 쏟아내는 퍼레이드다. 파리의 게이 프라이드는 해를 거듭할수록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상상력이 드러나는 친근한 퍼레이드로 자리 잡았다. 이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어떤 편견도 없이 이 꿈같은 축제를 기다리고, 솜사탕을 들고 구름 위를 걷는 심정이 되어 퍼레이드의 삼매경에 빠져든다. 게이 프라이드의 기원은 1969년 뉴욕으로 .. 2012. 7. 3.
[목수정의 파리통신]분홍빛 프랑스에 던져진 숙제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프랑스 사회당의 상징은 붉은 장미이지만, 실제로 그들의 정치적 색깔은 연분홍이다. 어제, 프랑스 조간들의 표지는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343 대 229. 지난 일요일 끝난 총선에서 좌와 우가 나눠가진 의석이다. 1차 투표에서도 사회당이 과반을 차지할 거라는 사실은 예측되었지만, 그 누구도 이 정도까지의 압도적 지지를 상상하진 못했다. 사회당이 얻은 302석 가운데 여성의원수가 110명에 달해, 내각 구성에서 이룬 완벽한 성평등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한 수준에 이른 성평등 의회로 좋은 인상을 유지했으며, 총리의 격려에 힘입어 출마했던 장관들은 전원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기염을 토하면서 이들에 대한 완벽한 국민의 신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5%의 득표차로 대선을 거머쥔 .. 2012.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