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카테고리의 글 목록 (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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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108

[목수정의 파리통신]전직 포르노배우의 국회의원 도전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셀린 바라, 33세. 흑인들은 아시아인들을, 아랍인들은 모리셔스인을 경멸하고 서로 무시하는 거친 파리의 외곽도시에서 파출부를 하며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때 풍찬노숙을 하며 지내다가, 가전제품 애프터서비스 창구에서 일하던 시절, 반나절 일하면 230유로(약 32만원)를 벌 수 있다기에 포르노 배우가 된다. 그녀의 나이 스무살이었다. 별로 두렵지 않았다.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두면 되니까. 착취와 사기에 가까운 포르노 영화 제작자들을 만나면, 자신이 출연한 영화들을 인터넷에 무료로 올리기도 했다. 이런 사기꾼들이 이걸로 돈을 벌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한 포르노 영화 제작자를 향해 남편 시릴이 총을 겨누게 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둘은 숨어 다녔다. 결국 남편의 행동에.. 2012. 6. 5.
[목수정의 파리통신]바로잡고 되돌리는 올랑드 내각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bastille@naver.com 5월17일 프랑수아 올랑드를 대통령으로, 장마르크 에로를 총리로 하는 새 내각이 출범했다. 공약대로 34명의 장관 중 17명이 여성장관이다. 사르코지가 갑자기 30% 인상시켜 놓은 대통령 급여와 장관 급여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난 5년간,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하던 정권이 사라진 후, 그간 곪아 터진 불만과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새 정부의 개혁방향은? 너무 간단하다. 갈등의 현장들에 시민들이 쌓아둔 여론을 수렴하는 것. 오직 그것뿐. 새 장관들은 빠른 속도로 각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들의 해법을 제시하고, 그동안 먹통 정부를 모시고 살아 오느라 상처투성이가 된 프랑스 사람들 얼굴엔 조용한 안도감이 찾아든다. .. 2012. 5. 22.
[목수정의 파리통신]깊은 안도, 불투명한 희망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지난 일요일 저녁 8시. 전광판에 새로운 엘리제궁의 주인 얼굴이 떠오르자 다수의 프랑스인들은 커다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여론조사들이 보증해 준 승리였지만, 18%의 극우세력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아찔할 정도의 박빙이었다. 그러나 사회당의 지난 대선주자이자 올랑드의 전 부인인 세골렌 루아얄의 말을 빌리자면 “사르코지 캠프가 구사한 그 모든 공포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이룬 승리”이므로, 명백하고 위대한 좌파 전체의 승리라고 봐도 무방했다. 승리의 이날, 많은 사람들은 유난히 ‘상처받고 찢기고 짓밟혔던’ 지난 5년을 떠올렸다. 자신의 악수를 거부하던 농부에게 “불쌍한 멍청아, 꺼져버려”라고 내지르던 대통령은 집권기간 내내 다수의 국민들을 그 .. 2012. 5. 8.
[목수정의 파리통신]프랑스 대선 1차투표 관전기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80%의 투표율, 비 내리는 일요일, 더구나 부활절 방학 한가운데 낀 주말이었다. 유권자 상당수가 휴가를 떠난, 이 몹쓸 타이밍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그 첫 충격은 80%의 투표율이다.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바로 현 정권에 대한 분노, 그리고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의미했다. 얇은 소책자 가 프랑스에서 200만부나 팔렸던 것도, 거짓을 일삼고, 부자들에겐 선물을, 나머지 국민들에겐 노골적인 우롱을 일삼은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은 그 분노를 선거를 통해 결연하게 토해냈다. 극우의 약진, 예상대로 사회당의 올랑드와 현직 대통령 사르코지가 2차 투표로 가는 티켓을 거머쥔 것을 확인한 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린 곳은 18%를 얻은 극우정.. 2012. 4. 24.
나는 레즈비언 대통령을 원한다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bastille@naver.com 지난 주말, 파리 레알 지구에 있는 이노상트 분수대 옆에 일군의 예술가,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모였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 그러나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닉네임의 사르코지와, 우유부단한 이미지의 사회당 대선주자 올랑드라는 탐탁지 않은 선택지 앞에서 선거정국은 희망으로 들썩이기보다, 잘못 끼워진 단추인지 알면서 계속 끼워가야 하는 쓴맛에 질척인다. 이날 분수대 옆에 차분히 모여든 이 여인들은 바로 지겹도록 보수적이고, 신자유주의적 야망의 이빨을 숨기지 않는, 엇비슷한 놈들끼리의 잔치에 와락 찬물을 끼얹는다. 조에 레오나르드(Zoe Leonard)가 쓴 격렬한 텍스트를 대중 앞에서 함께 낭송하면서. “나는 레즈비언 대통령을 원한다... 2012. 4. 10.
[목수정의 파리통신]선거철만 되면 일어나는 일들 목수정 작가·파리 거주 선거철만 되면 휴전선 부근이 뜨거워지고, 희생자가 생겨나고, 정국은 경색된다. 희생자가 있으니 가해자도 분명히 있을 터. 그 가해자를 향한 응징의 목소리가 우파의 상승세를 돕는 방향으로 승화되고 변화를 지향하는 마음을 위축시킨다. 음모인지 우연인지, 선거가 임박하면 발생하곤 하는 총격사건의 전설은 프랑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재선을 위한 출사표를 던진 지 한 달. 그러나 사르코지의 지지율은 여전히 1위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때. 마침 남부 도시 툴루즈에서 무차별 총격사건이 발생한다. 11일, 15일, 19일, 이렇게 정확히 사흘 간격으로 스쿠터를 탄 총격범이 모두 7명을 사살했다. 사살당한 첫 세사람은 아랍인 출신의 군인. 나머지 네 사람은 .. 2012. 3. 27.
프랑스 엘리트 학생들의 '탈출' 유럽 최고 MBA로 꼽히는 HEC파리, 프랑스 최고 엘리트 양성기관 에콜 노르말, 시앙스포 등. 미래가 보장된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어느 날 갑자기 탈출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에서 고학력 엘리트들의 잇단 학업 중단사태를 종용하는 원인은 학비 마련에 대한 부담도,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불안도 아니다. 경제위기에 즈음하여 붕괴하기 시작한 고도성장의 신화, 그 허망한 신자유주의 시스템 위에 얹혀 착취에 공모하는 행위에 대한 염증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사회 곳곳에서 징후를 드러내던 탈성장의 한 현상인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부모의 기대와 손에 잡힐 듯한 상류사회의 삶을 저버리고, 이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 달려간 곳은 대부분 수공업자로서의 새로운 삶이다. 교수와 번역가의 미래를 꿈꾸며, 소르본대학에.. 2012. 3. 13.
도시철도를 따라가는 삶과 죽음의 지도 15분이 평균 수명 2배를 좌우한다? 파리 면적은 서울의 4분의 1, 인구도 딱 그만한 수준인 250만명 규모다. 여기를 지하철 노선 14개, 파리를 관통하며 파리 외곽으로 길게 연결하는 장거리 도시철도 RER노선 5개, 도합 19개의 도시철도 노선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거리를 지나고 있다. 파리시 어디를 가나, 마을버스라는 2차 수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지하철로만 이동할 수 있다. 40여 개에 불과한 버스는 깍두기, 혹은 덤의 역할이다. 급하지 않을 때 천천히 굴러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산책하듯 파리 시내를 이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파리는 대중교통 면에서만큼은 나무랄 데 없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설계된 듯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 나무랄 데 없는 듯한 교통현실의 이면에는 불평등과 부조리.. 2012. 2. 28.
빛과 어둠을 다루는 방식 얼마 전 한국에서 오신 분이 이런 말을 했다. “파리15구는 흑인들이 없어서 밤에 혼자 다녀도 안 무섭다던대요.” 순간 절벽 아래로 쿵 떨어진 느낌. 아, 이토록 순진하고 솔직한 인종차별적 발언, 얼마 만에 들어보나! “프랑스, 인종차별 해요?” 종종 듣는 질문이다. 처음 이곳에 오기 전, 나 역시 가장 궁금해하던 점이다. 만약 한국 사람들이 동남아 이주노동자들 취급하듯이 프랑스 사람들이 날 취급한다면, 과연 그 차별을 견딜 수 있을까. 가슴 졸이며 이 나라에 도착해 10년 가까이 지내는 동안 인종차별이다 싶은 경험을 한 건, 두세 번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피부로 느꼈던 것보다 종종 설문조사에서 드러나는 이곳 사람들의 인종차별에 대한 의식이 놀라웠을 정도. 결국 깨닫게 된 것은 적지 않은 사람들.. 2012.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