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카테고리의 글 목록 (10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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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144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남긴 것 다자외교 협상에서 모든 나라가 만족하는 합의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의장국은 통상 모두가 불만을 가질 만한 합의문 초안을 제시한다. 특정국이 반색할 내용을 담은 초안은 다른 나라가 반대하기 때문에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모든 나라가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초안이어야 비로소 논의의 기초가 된다. 다자외교 합의문이 대부분 흐리멍덩하게 나오게 되는 이유다. 4년6개월의 협상 끝에 지난 23일 한·미가 가서명한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은 다자외교 합의문과 비슷하다.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대신 원자력협정에 대해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던 국내 산업계·원자력계·정치권·언론의 주장을 모두 담을 수 있도록 틀을 넓혔다. 사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순서가 잘못됐다. 협상에 앞서 국내 .. 2015. 4. 27.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흔들리는 이유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난달 27일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역사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갈등 구조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직설적으로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에서는 미국의 깊은 좌절과 초조감이 묻어난다. 이 발언은 동북아 역사문제로 자신들의 아시아전략이 좌초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표출이다. 그런데 미국의 좌절은 놀랍지 않다.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른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표방했던 2012년에 이미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한·중·일 3국이 얽힌 역사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미국은 이에 큰 관심이 없었다. 미국의 국익과 무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아시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아시아 중시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기.. 2015. 3. 2.
[유신모의 외교 포커스]‘한·미 엇박자’와 과도한 우려 요즘 외교가에서는 ‘한·미의 대북정책 엇박자’라는 말이 유행이다. 남북이 대화에 나서려고 하는 시점에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펴면서 이를 가로막으려 한다는 우려가 담긴 말이다. 일부 언론이 ‘엇박자’ 관측을 처음 제기한 뒤 점차 일반화되기 시작해 이제는 미국이 한국에 남북관계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있다는 인식이 국내에서 정설처럼 자리 잡았다.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국내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한·미가 대북정책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순서다. 또 실제로 한·미의 대북인식이 다르다면, 그게 지금 그토록 우려해야 할 일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미의 대북정책 엇박자 우려는 연초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 2015. 2. 2.
[유신모의 외교포커스]남북정상회담이 능사는 아니다 요리에 강한 향신료가 들어가면 그 요리의 진정한 맛을 찾기 어렵다. 각각의 풍미를 지닌 식재료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깊은 맛을 음미하지 못하고 향신료의 독한 기운만 미각에 남는다. 제대로 된 식재료를 사용하지 못한 부실한 요리에 일부러 향신료를 듬뿍 뿌려 맛을 감추는 경우도 있다.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발표한 신년사에는 매우 향이 강한 향신료가 들어있다. 올해 신년사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조금 구체적이라는 점을 빼고는 과거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과 북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여러 현안에 대한 커다란 입장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서도 딱히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신년사에 들어 있는 딱 한줄,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 2015. 1. 5.
[유신모의 외교포커스]진정으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원한다면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박에 반발해 핵실험 카드를 들고 나온 북한의 반응은 생뚱맞기 그지없지만, 이해가 되는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인권 의식이 국제사회의 수준과 같을 리 없기 때문이다. 문명국가에서는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 자연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인류보편적 가치다. 하지만 북한은 인권 문제를 국가주권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지난달 4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우리는 우리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나라들과의 진정한 인권대화에는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우리를 전복하려는 적에게는 인권대화는 물론 핵대화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인권과 핵 문제를 모두 주권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 2014. 12. 1.
[유신모의 외교포커스]전작권 전환 협상 다시 해야 한다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넘겨받는 시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언제 넘겨받을지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설정해 전작권 전환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 문제다. 정확히 말하면 전작권 전환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백지화’한 것이며, 더 나아가 어느 정권이 들어와도 전작권 전환을 할 수 없도록 ‘대못질’을 한 것이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등을 내세우고 있다. 뻔뻔하고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안보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모든 나라가.. 2014. 10. 27.
[유신모의 외교포커스]다시 ‘고난의 행군’ 시작한 북한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르는 혹독한 시련기를 거쳤다. 냉전 종식과 소련·동구권의 몰락, 중국의 개혁·개방 등 국제환경이 급변하고 김일성 주석 사망, 경제난 심화 등으로 체제가 위기에 봉착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의 희생을 감수하며 펼친 대중 노력동원 캠페인이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면서 외부세력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군정치와 강성대국을 주창했다. 북한은 이 시기를 거쳐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지금 북한에서 핵무기는 선군정치를 통한 강성대국의 상징이며 김정일 정권의 가장 큰 위업으로 간주된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은 2000년대 초반에 끝났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고 있다. 이번 행군은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개발에 성공한 핵무.. 2014. 10. 6.
[유신모의 외교포커스]핵주권과 비확산체제의 공존 4년간 이어져온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진입했다. 한·미는 올해 안에 협정문에 가서명을 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의회 비준 등 발효를 위한 국내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협상이 아직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이변이 없는 한 개정된 협정하에서도 당장 핵연료 제조를 위한 우라늄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경제적·정치적 여건이 바뀔 경우 농축·재처리를 다시 논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농축·재처리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낡은 협정을 개정해 미국과의 원자력 기술교류, 장비 및 부품의 이전과 수출 등을 간편하게 하고 연구활동의 제약을 완화해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 2014. 8. 25.
[유신모의 외교 포커스]원칙 외교와 눈치보기 외교 박근혜 대통령은 한번 정한 원칙을 쉽게 바꾸지 않고 타협도 잘 하지 않는다. 외교에서도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박 대통령의 지지층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원칙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지난주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도지사의 청와대 방문에서도 박 대통령의 단호한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한·일관계가 사상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1년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일본 정치인을 만난 자리였지만 박 대통령은 그 흔한 ‘립서비스’조차 없었다. 정부는 한·일관계가 개선되려면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건전한 한·일관계가 어렵다는 것이다. .. 2014.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