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카테고리의 글 목록 (11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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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144

[유신모의 외교 포커스]외교는 국내정치의 도구가 아니다 한 국가의 국내정치와 외교정책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다. 상호 유기적 연관성을 갖고 선순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치인들은 외교를 국내정치에 활용하고 싶은 유혹을 항상 느끼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의 작성 배경과 과정을 검증한 것은 정권이 국내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외교를 희생시킨 전형적 사례다. 고노담화 검증은 그 자체로 일본 외교에 커다란 손실이다. 위안부 문제는 증거가 너무도 뚜렷해 뒤집을 수 없고 이 문제가 다시 국제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은 일본에 커다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검증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아베 내각은 고노담화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작성 과정에서의 공정성에 흠집.. 2014. 6. 30.
[유신모의 외교 포커스]차기 주한 미국대사와 ‘한·일 관계’ 2년 전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조용히 처리하려다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고 포기했을 때 이를 가장 이해하지 못했던 나라가 미국이었다. 사태의 여파로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 실세인 김태효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사퇴하고 외교부 장관이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자 미국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당시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미국의 민간 전문가, 의회 관계자들은 자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협정을 국민들이 일제히 반대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 국익을 걷어차 버린 사례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한국민의 인식을 그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결국 한국이 과거에 연연해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복잡한 지역 정서를 간과한 채 무리하게 아시아 .. 2014. 5. 12.
미국의 아시아전략은 틀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들이 간절히 열망했음에도 한번도 갖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좋은 이웃’일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항상 부대끼는 친구에게서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처럼 국경을 맞대거나 인접한 국가들은 다투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최근 한·일 갈등이 격화하자 ‘먼 곳에 있는 친구’ 미국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해 한·일관계를 사실상 절단냈을 때 미국은 이례적으로 “실망스럽다”는 공식 반응을 내고 일본을 질책했다. 그러고는 한·일 양국에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미국은 지난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박근혜 대.. 2014. 3. 31.
[유신모의 외교 포커스]‘동평구’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 외교 박근혜 정부 대외정책 기조의 특징은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향하는 방향과 목표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어떻게 그 목표에 도달할 것인지가 생략돼 있어 정책이라기보다는 구호나 결심(resolution)에 가깝다. 최근 청와대가 띄우고 있는 ‘통일 대박론’은 통일 방안과 통일 이후 사회 통합의 지난한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유라시아 역내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통일 기반을 조성한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비현실적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북한의 좋은 행동에 대해 보상하고 나쁜 행동은 응징한다는 것이 본질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채찍과 당근’식 접근법과 다르지 않다. 굳이 다른 점을 찾아내라면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채찍과 조금 더 큰 당근’을 들었다는 것 정도.. 2014. 3. 3.
북핵과 남북대화는 별개 2000년대 초반 북핵 외교가에서는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최소한 대화를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talking is better than not talking)”는 말이 유행했다. 북핵 문제에 당장 진전이 없더라도 북한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상호 이해를 높이고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말이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된다”가 대세다. 그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북한이 먼저 비핵화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5월 이지마 아사오 일본 내각관방참여를 평양에 초청한 것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유화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에 특사도 보내고, 남측에 당국 간 대화를 제의했다. 또 미국에 고위급 대화를 거듭 제안하면서 김계관 외무성 제1.. 2013. 7. 4.
신형 대국관계는 과연 가능한가 지난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에 ‘신형 대국관계’를 제의했다. 미래의 세계 질서는 미·중 양국의 건전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조화롭게 형성돼가야 한다는 중국의 희망이 담겨 있다. 신형 대국관계라는 용어는 2010년부터 미·중 간 고위급 접촉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정확히 콕 꼬집어 특정할 수 없는 모호함이 짙게 배어 있는, ‘매우 중국적인’ 용어다. 자잘한 것에 일일이 신경쓰지 않고 큰 줄기를 잡아나가는 대륙의 호방함일 수도 있고, 매사에 분명함이 없이 흐리멍텅하게 사람을 현혹시키는 중국 특유의 기질일 수도 있다. 신형 대국관계의 개념은 과거의 패턴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한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강대국과 이에 도전하는 신흥국의 대결로 요.. 2013. 6. 13.
대사관 ‘알바’ 25년 선배의 충고 주미 한국대사관에는 각 부서마다 몇 명의 젊은 인턴 직원들이 있다. 이들은 무보수로 일한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으로 얼룩져버린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에는 30여명의 교포·유학생들이 수고비 정도의 사례를 받고 임시 인턴으로 일했다. 나도 한때 이들처럼 대사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통령 방미 행사 때 임시로 일한 적이 있다. 한국이 마르코스 독재 치하의 필리핀과 같은 대접을 받던 5공 정권과 직선제 개헌에도 여전히 정치 후진국 취급을 받던 6공 시절이었다. 당시 대사관에서 일하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취업 걱정을 하지 않던 시절이라 굳이 ‘스펙’을 쌓을 필요도 없었다. 그저 일하고 돈받는 아르바이트 이상은 아니었다. 대사관에서 신문에 가위질하는 일을 하다가 전두환 정부.. 2013. 5. 23.
[기자메모]사건기자 그만하라는 대사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이후 언론 접촉을 극구 피하던 주미 한국대사관이 16일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자료를 보내왔다.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싱크탱크의 분석이었다. 한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이번이 6번째로 한국이 동맹국 중 최상의 반열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일본은 한차례도 하지 못했다는 비교가 들어 있었다. 이날 일부 특파원들은 대사관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동안 사건기자 노릇 하느라 고생 많이 했다. 이제는 외교를 이야기하는 게 어떻냐”는 문자메시지도 받았다. 윤씨가 경찰을 피해 한국으로 급거 도주한 이후 대사관의 대미외교 업무는 사실상 마비됐다. 대통령 방미 결과에 대한 설명은 물론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도 손을 못대고 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 2013. 5. 20.
원자력협정 개정보다 먼저 할 일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파이로프로세싱 도입을 강력 주장하는 국내 전문가가 발표를 한 적이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핵확산 우려가 없고 핵폐기물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공정이 간단해 핵물질 전용을 감시하기 위한 세이프가드도 용이하다는 ‘예찬론’이었다. 한 참석자가 “파이로프로세싱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그토록 명백하다면 왜 한·미 원자력협정이 잘 안되느냐. 미국이 바보인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래서 대중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왜 독재시대 권위주의적 냄새를 물씬 풍기는 ‘대중교육’이라는 용어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취지는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긍정적 여론 조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가 여론을 조성해 밀어붙일 일은 절대 아.. 2013.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