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카테고리의 글 목록 (9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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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144

위안부 문제 빠져나가기 지난해 12월28일 한·일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합의한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법적 책임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이미 끝난 문제”라고 재확인했다. 의회에서는 위안부 문제는 국가 범죄가 아니라고 부인했고 유엔에 제출한 문서에는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고 명시했다. 합의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스스로 종지부를 찍고 이것에 발목이 잡혀 할 말도 제대로 못한 채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다. 반인도주의적 전쟁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대체 뭐가 뭔지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어떻게 이런 합의가 나올 수 있었는지 파악하려면 박근혜 .. 2016. 2. 2.
‘아시아 재균형’에서 멀어지는 미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1년 11월 호주 의회에서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한 지 4년이 지났다. 이 정책은 미국 국내정치의 혼란으로 인한 몇 번의 개념적 조정을 거쳐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이라는 이름으로 오바마 2기 행정부 대외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3년 11월 조지타운 대학 강연에서 정리한 이 정책의 핵심적 내용은 유럽과 중동에 두었던 미국의 외교·군사적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겨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의 쇠퇴를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미 해군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고 역내 동맹국과 우방에 안보 유지를 위한 역할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애초 시발점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 2015. 12. 7.
남중국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지난달 미 해군 구축함 라센호가 중국이 인공섬을 조성 중인 남중국해 난사 군도의 수비 환초 12해리 이내로 진입하는 무력 시위를 한 이후 미·중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중시 정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고 나선 이래 이처럼 군사적 긴장이 높았던 적은 없다. 남중국해에서 미·중의 대치가 첨예화되면 아시아 각국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미·중의 강경한 언사는 아시아 각국에 ‘줄서기’를 강요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공식입장은 ‘외교적 해결’ ‘국제법 준수’ ‘남중국해당사국행동선언(DOC) 이행 및 행동규칙(COC) 체결’ 등이다. 내용 면에서 미국에 약간 기울고 있지만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음으로써 표면.. 2015. 11. 9.
‘북·중관계 시즌2’가 시작됐다 로마가 멸망한 이유에 대해 “로마는 주변의 바바리안들도 로마인처럼 생각하고 로마인처럼 행동할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했던 어느 역사학자의 말은 항상 북한을 연상시킨다. 지난 세월 서방이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는데 지속적으로 실패해왔던 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을 우리 기준의 상식과 보편성에 기초해 판단하는 것이 맞을 리 없다. 어쩌면 북한이 그동안 보여왔던 예상 밖의 행동들은 실상 북한이 의도적으로 허를 찌른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실제 상황을 모르는 우리가 북한의 행동을 잘못 예측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지 않은 것은 상식적인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외다. 북한도 현재 상황에서는 로켓을 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 2015. 10. 12.
북핵, 기다림의 세월 20년 헨리 키신저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들이 모두 모여 북핵 문제 하나를 풀지 못한다면 그것은 외교가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한·미는 그동안 북한체제에 곧 한계가 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진지한 북핵 외교를 하지 못했다. 한 방에 해결될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드는데 험난하고 까마득한 협상의 길을 걸어갈 의욕이 생길 리 없다. 북한 붕괴에 대한 기대는 뿌리가 깊다. 1980년대 말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북방외교’는 탈냉전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소련과 수교하면서 북한이 미국과 수교하는 것은 한사코 막았다. 동구권 공산국가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던 시절이어서 북한도 곧 무너질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 2015. 9. 14.
무능한 대일 외교가 퇴색시킨 광복 70주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밝힌 전후 70년 담화에는 역사 수정주의적 시각과 어정쩡한 반성이 뒤섞여 있다. 읽는 사람의 정치적·이념적 필요에 따라 입맛에 맞는 부분을 부각시키기에 편리한 구조다. 실제로 대부분의 세계 언론이 아베 담화를 비판했지만, 미국이나 필리핀처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아베 담화를 해석하려는 몇몇 국가들은 “환영한다”고 했다. 담화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담화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나타내왔다”며 과거형으로 표현했다. 이 문장이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사죄의 숙명을 안겨주어서는 안된다”와 연결되면 ‘앞으로 사죄는 안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일제 식민지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 2015. 8. 17.
도덕적 우위를 지켜야 이긴다 지난 5일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이 메이지 산업혁명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이 시설에서 조선인 징용자와 전쟁포로들의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본의가 아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계유산 등재가 불가능한 상황에 몰리자 어쩔 수 없이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등재 작업을 주도한 가토 교코(加藤康子) 내각관방참여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세계유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일본이 허용하고만 것이 분하다”고 말한 것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시각이 잘 드러난다. 지난 3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이 시설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도록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만 해도 일본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한국의 반발 정도는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2015. 7. 20.
접근법부터 잘못된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한·일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시작된 것은 분명 긍정적 변화다. 그런데 새로운 한·일 관계의 미래를 그리기에 앞서 드는 생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이다. 실제로 양국 정상은 미래를 말하면서도 현재 한·일 관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 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고 협의가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솔직히 잘 믿기지 않는다. 대통령의 언행을 신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위안부 문제 합의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 문제가 난관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한 외교적 사안이 아니라 19.. 2015. 6. 22.
한·미 동맹만 강화하면 ‘성공 외교’인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상당 기간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국정운영 분야는 독특하게도 외교·남북관계였다. 하지만 지금 박근혜 정부가 외교를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외교에 실패했다고 아우성이다. 이 같은 인식이 퍼지게 된 이유가 몇가지 있다. 최근 ‘미·일 신밀월 시대’ 분위기,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그리고 중·일 간 화해 움직임 등이다. 한국만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외교 고립을 자초하고 위기를 맞았다는 비판의 근거다. 한국 외교가 고립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기라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미·일 동맹 격상으로 한·미 동맹이 위축되고, 일본 자위대의 행동반경이 넓어져 한반도가 일본의 군사적 영향권 안에 들어가고, 중·일 화해로 한국의 입지가 축소돼 한국 외교가 .. 2015. 5. 25.